글 : 홍상화

권혁배는 속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그 안에 든 내용물을 백인홍에게 내밀었다.

대해실업 진성호 회장에게서 받은 것이다.

백인홍이 펼쳐보았다.

"가장 근래에 작성된 자산과 부채 명목이래.자산과 부채의 차이,즉 순자산 가치의 1.5배가 진성호가 요구하는 가격이야"

권혁배가 말했다.

백인홍은 서류를 잠시 들여다보았다.

"순자산 가치가 1800억 정도군"

백인홍은 서류를 들여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한참 후 고개를 들었다.

"좋았어.내가 대해실업의 생산공장과 시설을 인수하겠어.조건은 두 가지야.첫째는 가격은 순자산 가치로 한다고 해.둘째는 대해실업에서 하던 직물관계 무역업도 바이어를 포함해 전권을 동시에 인수해달라는 거야.셋째는 실사 전 계약시 계약금으로 인수대금의 10%, 실사가 끝난 후 중도금으로 40%,그리고 실사만료 한 달 후 인수시 나머지 50%를 지불하는 거야"

백인홍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인수금액은?"

"순자산의 1.5배가 아니라 순자산액으로 하는 거야.물론 실사는 해야지.실사 후 2% 이상 차이가 나면 인수가격을 조정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받아들이겠어"

"다른 조건은?"

"해외거래처를 6개월내 양도하는 거야.다시 말해 내 회사가 직접 수출하는 거야.대해실업을 통하지 않고서.."

백인홍의 말에 권혁배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실사는 언제부터 시작할 거야?"

"내주부터.두 달이면 충분할 거야..해외 거래처를 양도해준다는 것이 아주 중요한 조건이야"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닐까?"

권혁배가 걱정하는 투로 말했다.

"아니.비즈니스 딜은 간단해야 해,복잡하면 이루어지지 않아"

"취중에 결정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 아니야?"

"걱정하지 마.자신 있어.이제 나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받는 사업가로 변신할 때도 되었어.3000명 정도의 직원을 가진 제조업을 운영하면 존경받는 기업인이라 할 수 있지? 권 의원은 어떻게 생각해?"

"고용기회를 만드는 사업가는 진짜 애국자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들 두 사람은 잠시 침묵 속에 술잔이 오갔다.

백인홍이 침묵을 깼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막강한 부를 쌓았어.어떻게 쌓은 부인 줄 알아.돈 많은 부인네들의 허영심이 나에게 부를 가져다주었지.한철 지난 유명브랜드 외제 옷을 헐값에 사다가는 다섯 배,열 배를 남기고 팔은 거야..내가 번 돈은 허영심 많은 여자의 냄새나는 돈이 모인 거야.나는 절대로 그런 돈을 남기고 죽지 않기로 했어.돈을 남기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알아? 나는 그 일을 해낼 거야"

"왜 돈을 남기면 안 돼?"

"돈을 남기면 자식에게 주든지 세금으로 정부에 주어야 돼"

백인홍의 말에 권 의원이 그건 당연하지 않느냐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