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장기호황에도 불구하고 알뜰한 중고제품 쇼핑을 늘림에 따라 ''중고품 비즈니스''가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26일 미국 연방센서스국에 따르면 지난 99년 미국에서 매매된 중고제품 규모는 1백70억달러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현 경기호황의 초기인 92년 중고용품시장규모는 90억달러 남짓했다.

미국의 중고제품시장은 양적인 팽창 뿐만이 아니라 자동차 패션의류 가전제품 서적 음반등 거의 전품목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 그로 비즈 인터내셔널, 굿윌 인더스트리즈, CD웨어하우스 등 전국적인 체인망을 갖춘 중고용품 판매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중고용품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것은 90년대들어 본격 출현한 할인양판점들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들 업소의 무한 바겐세일경쟁으로 ''알뜰쇼핑''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보다 값싸고 좋은 상품을 찾게된 결과 중고용품 시장이 새로운 조명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관련 점포들은 ''중고품 매장은 칙칙하고 싸구려같은 곳''이라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변신에 나섰다.

매장에 화려한 조명을 설치하고, 중고의류를 구매할지 결정하기 전에 입어볼 수 있게끔 탈의실을 깔끔하게 꾸미며, 고객들로 하여금 쇼핑과 함께 휴식도 취할 수 있게끔 매장 한켠에 커피숍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로 비즈 인터내셔널의 경우 전국의 가맹점들에 물품 진열 요령에서부터 대(對)고객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매뉴얼을 제정해 지키도록 하고 있다.

미국경제의 장기호황도 중고품 비즈니스의 활황에 한몫을 거들고 있다.

스톡옵션이나 주식투자 등으로 졸지에 큰 돈을 쥐게 된 사람들이 멀쩡한 소파를 바꾸고, 한참 쓸만한 고급의류 등을 새것으로 바꾸기 위해 중고품 시장에 내놓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테크 제품의 급속한 세대교체도 중고품시장 활성화의 한 요인이다.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기 등의 분야에서는 한달이 멀다하고 첨단기능이 추가된 신제품이 출시되는 바람에, 멀쩡한 것들이 졸지에 ''퇴물''로 전락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중고품시장에 쏟아져나오는 컴퓨터만도 연간 50억달러 어치가 넘는다.

중고품점에서는 잘만하면 새것과 같은 고급 중고품을 거저나 다름없는 싼값에 살 수 있다는 매력에 많은 미국인들이 눈을 뜨면서 중고용품 비즈니스는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