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 빼놓고 장사 지낸다"란 속담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빼놓고 일을 치른다는 말이다.

교육부가 28일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가 바로 그 꼴이었다.

보고를 받는 대통령은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정작 교육부는 아예 주제부터 옆길로 빠졌다.

교육부는 이날 업무보고를 준비하면서 5분전까지도 열심히 리허설을 했다.

기획관리실장의 사회에 따라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업무보고가 시작되자 "엉뚱한" 보고가 이어졌다.

교육부가 이날 가장 강조한 것은 "돈"이었다.

교육재정 확충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올해 교육예산이 19조2천억원으로 정부예산의 20.7%밖에 안된다며 "통치권 차원"에서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교통세 담배소비세 한시세를 영구세로 바꾸어 달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국민의 77.5%가 교육세 확충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덧붙였다.

이어 현직교사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목소리도 전했다.

그러나 보고를 듣고난 대통령에게서 나온 말은 "돈" 얘기가 아니었다.

서민들이 흥분하고 있는 "과외 전면허용"에 따른 대책이었다.

대통령은 "교육정책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통에 "돌발사태"가 발생해 고액과외가 판을 치게 됐다"고 질책했다.

어떻게 "법의 공백"이 생기게 했느냐는 것이다.

고액과외가 성행해도 단속조차 할 수 없는 "무법천지"를 만들어 버렸으니 좋은 말이 나올리 없었다.

정작 "대책"도 대통령에게서 나왔다.

새로운 법을 만들 때까지 기다리지만 말고 당장 고액과외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와 세금추징에 나서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학교교육의 신뢰성을 높일 대안을 신속하게 만들라는 지시도 이어졌다.

보고를 마친 교육부 간부들은 넋이 빠진 모습이다.

엉뚱한 예행연습에 열을 올리고 "대책"은 주는 것을 받았으니 할말이 없게 됐다.

헌법재판소에 "돌발사태"를 당한 교육부는 대통령에게서도 "돌발사태"를 맞은 꼴이다.

하지만 따지고보면 이번 사태는 결코 "돌발사태"가 아니다.

고액과외의 부작용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가깝게는 헌법재판소 까지도 파장을 우려해 결정을 늦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준비안된" 당국이 일을 그르쳤을 뿐이다.

이건호 사회부 기자 leekh@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