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과외 전면 허용" 결정으로 벌써부터 사교육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일부 학원을 중심으로 고액과외 붐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헌재 결정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학원강사들은 "과외전선"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일부 강사들은 과외가 합법임을 내세워 공공연하게 개인경력 등을 적은 과외광고 안내문을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에 보내기 시작했다.

과외를 기대하고 오는 학생들을 붙들기 위해 "쪽집게 과외 강사"를 확보하려는 학원들의 경쟁도 치열해져 "학원 빅뱅"이 촉발될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법을 만들 때 까지의 "법적 공백기간"에 비정상적인 과외열풍이 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서울 시내 학원들에 따르면 일부 소형학원들을 중심으로 학원강사들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강사들이 강의시간에 공공연히 학생들에게 과외를 권유하고 나설 정도다.

일부 강사들은 벌써부터 학원에 강의 시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학원들이 시간표 배정에 애를 먹고 있기도 하다.

강사들이 강의 시간을 줄이려는 것은 개인교습에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다.

일부 강사들은 수업시간을 줄이지 않는 대신 웃돈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학원 관계자는 "벌써부터 이름께나 있다는 강사들이 수업시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면서 "다른 학원으로 옮겨갈까 봐 이들의 요구를 안들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난감해했다.

대형 입시학원도 강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쪽집게 과외"로 이름이 알려진 유명 강사를 붙들어 놓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들 강사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벌써부터 스카우트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학원 수업이 과외로 이어질 확률이 많아 강사의 이름을 보고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학원강사들 사이에도 조만간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입시학원과 과외알선업체에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과목 과외를 할 수 있게 된 보습학원도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부유층을 상대로 암암리에 이루지던 예.체능 고액과외도 고개를 들 조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능시험이 갈수록 쉽게 나오는데다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수 있다"는 풍조가 퍼져 특기과외를 받으려는 학생은 들이 몰리게 돼 있다.

수험생인 L군(서울 K고3년)은 "수능 총점 보다는 영역별 점수가 대학입락 당락에서 더 중요해졌기 때문에 특기 과외를 안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명예퇴직 열풍이 불고 있는 교단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과외 전면허용이 결정된 이튿날인 이날부터 일부 학교의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원으로의 이적 얘기가 거론됐다고 한다.

노량진의 모 학원 영어강사인 P씨는 "헌재의 결정 이후 평소 알고 지내던 교사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면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던 교사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습지 업계도 상담교사가 회원을 상대로 과외를 할수 있게 돼 긴장하고 있다.

학습지 교사들이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들고 고수익이 보장되는 과외로 많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그동안 회원들의 가정을 방문해 왔던 교사들이 안면 등을 고리로 과외를 시작할 경우 인력유출과 함께 시장을 잠식당할 가능성도 있다.

고려학원 김영선 학력평가실장은 "법적 공백기간의 초기에는 검증받지 않은 사람들에 의한 수준미달 과외와 사기 과외가 극성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개인과외 신고제 등을 통해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류대학 입학을 보장한다는 식의 말로 과외학생을 끌어모으는 사례도 많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대형 입시학원 보다는 상대적으로 소형 학원들에서 학원 강사들의 이동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건호 기자 leek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