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누가 개새끼야?"

권혁배가 어리둥절해하며 백인홍에게 물었다.

"진성호.진성구 형제새끼야"

"왜?"

"두 놈이 번갈아가며 김명희를 노리개 감으로 데리고 놀고 있어.개새끼들!"

백인홍이 숨을 몰아쉬며 분노를 참고 있었다.

"김명희가 얼마나 착한 애인 줄 알아?"

한참만에 백인홍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순진한 여자야.그런데 진성호가 낚아채갔지"

백인홍이 술잔을 들어 입에 털어넣었다.

그런 다음 다시 말을 이어갔다.

"벌써 7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야.그때 결심했지.진성호가 김명희를 계속해 사랑한다면 그녀를 위해 잊기로 했어.김명희를 노리개 감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면 말이야..그런데 진성호가 이제는 김명희에게 싫증이 나 진성구에게 넘겨줬나봐"

"왜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 않다면 김명희 남동생 문제 때문에 진성호가 아닌 진성구가 권 의원한테 부탁할 이유가 없어.진성구가 제작하는 뮤지컬에 김명희를 출연시키는 사실만 보아도 확실해"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을 지켰다.

"백 사장이 그동안 상처를 많이 입었겠어"

권혁배가 침묵을 깼다.

"천만에..나는 말이야 어떤 상처라도,상처를 오래 가지고 있을 남자가 아니야.상처를 도려내는 타입이라. 어떻게 했는 줄 알아?"

"..."

"거대한 부를 추구하면서 잊을 수 있었어.부와 사랑이란 묘한 관계가 있어.어떤 관계가 있는 줄 알아? 첫째, 두 가지 다 너무 많든지 너무 적든지 하지.적당함이란 있을수 없어.둘째,두 가지 중 한 가지만 택해야 돼.두 가지 다 택할 수 없어.서로 배타적이야.부를 무섭게 추구하는 사람은 사랑을 할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은 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셋째,두 가지 다 주기보다 받기를 사람들이 원한다는 거야.그래서 나는 지난 7년 동안 부를 무섭게 추구했지.그래서 김명희를 잊을 수 있었어"

"그럴까..."

"그랬어.그리고 그럴 거야.하지만 김명희를 노리개 감으로 여기는 자는 누구든 내 손으로 파멸시킬 거야"

백인홍의 얼굴에는 단호한 빛이 서렸다.

권 의원은 그런 백인홍을 향해 선뜻 말을 덧붙이지 못하는 듯했다.

"자 이제 일어나지"

백인홍이 무슨 급한 용무라도 있는 듯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권혁배도 뒤따라 일어났다.

"대해실업의 직물분야 인수 의도는 변화가 없어?"

일어선 채로 권혁배가 말했다.

"변함없어.아니 이제는 인수가 특히나 중요하게 됐어.그자들을 이제는 조직으로 그리고 부로 꺾어놓겠어"

백인홍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