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성우(44)씨가 장편소설 "변명에 대한 변명"(전2권,좋은날)을 펴냈다.

이 작품은 2년전에 나온 정길연(39)씨의 자전적 베스트셀러 소설 "변명"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씨는 "변명"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정씨와는 지난 96년 이혼한 사이다.

한때 부부였던 두 작가가 자신들의 상처를 각기 다른 관점에서 소설로 풀어낸 것이다.

"변명"이 아내와 자식을 두고 첫사랑의 여인을 찾아 떠난 남편의 뒷모습을 비추고 있다면 "변명에 대한 변명"은 그렇게 되기까지 당사자의 내면세계와 갈등,회한을 주조로 삼고 있다.

이혼 과정도 그렇다.

"변명"에는 견디다 못해 이혼서류를 내미는 아내의 심정이 도르라져 보인 반면 이번 작품에는 파국을 피해보려 노력하다 모든 것을 주고 빈털터리로 집을 나온 고백이 강조돼 있다.

말하자면 1인칭으로 쓰여진 "변명"에 대해 3인칭으로 답변하는 소설이다.

이씨는 처음에 할 말이 너무 많아 2백자 원고지로 3천장이 훨씬 넘어버렸지만 "마음을 베어내듯" 6백여장을 버리고 묶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열번이나 고쳐 썼다고 한다.

소설은 서른 아홉살 남자가 헤어진지 17년만에 첫사랑을 만나 거부할 수 없는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부터 이혼,교통사고 등 그가 지나온 길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는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실제 그는 이혼한 그해 12월 교통사고로 반신불수가 됐다.

뇌신경을 다쳐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40여일만에 회복됐다.

병상에 있을 때 헌신적으로 돌봐준 수녀를 통해 가톨릭에 귀의한 그는 퇴원 이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1주일에 서너번씩 성당에 다녔다.

서로에게 흉터를 남긴 지난 세월을 어루만지면서 종교의 힘으로 삶을 재건하고 싶어서였다.

요즘은 몸이 많이 좋아져 먼 나들이도 한다.

첫사랑의 여인은 소설 속에서 파리유학을 떠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직도 언어장애와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그의 귀와 입이 되어 경기도 마석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