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장없는 증권사. 불과 몇년전만해도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 말은 엄연한 현실이 되고 있다.

사이버 주식거래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객장을 찾는 투자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객장의 수로 증권사의 영업력을 가늠하던 시기는 지났다.

최근에 설립된 증권사들은 사이버만을 전문으로 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사이버거래가 주식투자에서 핵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사이버거래는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올들어 3월까지 5대증권사의 사이버증권 거래규모는 3백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7배나 증가했다.

5대 증권사의 경우 주식거래에서 사이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2.4%다.

절반이상이 객장을 찾지않고 사이버로 거래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이버거래가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신속성과 편리성에서 기존 전화주문에 비해 월등히 낫다.

또 수수료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돈을 안들이고 빠른 주문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다 각 증권사들이 시황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면서 순발력있는 매매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이버공간을 활용하는 게 백번 낫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시세조정을 하는 세력이 준동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선주파동을 일으켰던 투자자가 최근 검찰에 고발됐다.

개인투자자로서 사이버공간을 활용해 시세를 조작, 엄청난 차익을 거둬들인 혐의다.

주가조작의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사이버 거래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편리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대세는 굳어졌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구조개편 = 시장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제공정보의 차별화등 서비스의 질적인 변화도 나타난다.

사이버거래 시스템은 지속적인 업데이트(up date)를 필요로 한다.

상당한 자금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자금여력이 있는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업계구도가 짜일 것이라는 분석은 여기에 근거한다.

중소형 증권사는 업무를 특화하거나 제휴를 통해 생존방법을 확보하는 움직임이다.

사이버전문 증권사를 표방하는 업체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국 E트레이드가 LG증권과 합작으로 E트레이드코리아를 설립해 영업에 들어갔다.

이밖에 코리아RB E스마트 등도 인가를 획득하고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뿐 아니다.

동원증권은 홍콩 대만 일본의 대표적 증권사와 최근 크로스 보더 트레이딩(cross boarder trading)협약을 맺었다.

동원증권 홈페이지를 통해 대만과 일본 홍콩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국경없는 주식시장이 사이버를 통해 열리고 있는 것이다.

<>투자패턴의 변화 = 당일날 사서 되파는 데이트레이딩이 확산되고 있다.

하루에 수십번씩 매매를 하는 일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사이버거래는 그만큼 하기가 쉽고 수수료 부담도 많지 않다.

데이트레이더를 위한 책들이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사이버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각 증권사들은 사이버거래를 하는 투자자를 위해 사이버영업점을 경쟁적으로 세우고 있다.

PC방중에도 조용한 환경에서 주식매매를 할 수 있도록 내부를 개조하는 점포가 생겨났다.

사이버를 정점으로 증시의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