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로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고민에 빠졌다.

르노가 협회 가입의사를 밝혀올 경우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심 협회는 한국에서 자동차 사업을 영위하는 해외업체를 다 받아들이고 싶어한다는 것이 외부의 평가다.

한국자동차 시장에서 해외메이커들의 영향력이 점차 강화되기 때문에 이들을 흡수해 협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 협회의 장기적 생존 방향이기 때문이다.

명분도 있다.

현재 정관에 한국에서 자동차 산업을 영위하는 업체는 회원으로 받아들일수 있다고 돼 있다.

문제는 유일한 국내업체가 될 현대차가 이를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협회는 그간 국내자동차 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해외업체가 다수가 되고 사실상 현대가 홀로 남는다면 현대가 엄청난 분담금을 내면서 협회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메리트가 없는 한 현대는 이를 용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협회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것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할 협회장 자리가 다섯달 가까이 공석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8월말 매각을 앞두고 있는 대우자동차가 끝내 협회장 자리를 고집하고 있어서다.

현대와 기아는 매각대상인 업체가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협회장직을 맡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를 용인하지 않고 있다.

양측의 신경전은 감정싸움으로 번져 수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협회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업계에는 협회 고위층이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자리보존을 위해 너무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크라이슬러가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합병하자 메이저 3사가 공동구성한 자동차협회가 해산하는 과정을 겪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이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사태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