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내 눈을 너무 높게 만든 것일까?

박세리의 완벽한 피니시와 애니카 소렌스탐의 컴팩트한 스윙을 너무 많이 봐온 나는 내 스윙도 당연히 그러하리라고 생각했다.

연습장 앞타석 아주머니를 보며 "어쩌면 스윙폼이 저렇게 우스울까? 저 아주머니는 거울도 안보시나봐"라는 생각도 자주했다.

그리고 나는 단지 약간의 핀트가 안맞아서 그럴뿐 "폼만은 싱글"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그 화려한 착각은 몇장의 사진으로 깨어지고 말았다.

얼마전 한 골프대회에서 찍힌 사진이 현상되어 나온 것이다.

스윙 연속장면이 찍힌 세장의 사진...

스스로를 아름다운 스윙이라 굳게 믿고 있던 내게는 충격이었다.

어정쩡한 어드레스에,임팩트 순간에는 눈을 질끈 감고,얼마나 힘을 주고 치는지 온 인상을 구기고 이를 악문 표정.

또 머리위로 휙 치켜올라가 하늘을 찌르게 생긴 피니시가 있을 뿐 내가 생각하던 박세리의 완벽한 피니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가히 가관이었다.

자기 스윙을 비디오로 찍어보면 아마 십중팔구는 골프할 맛을 잃을 것이라더니...

그말이 딱 맞았다.

이것은 단지 TV탓만은 아닐 것이다.

비기너를 벗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생긴 "나는 완벽하다"라는 생각.

골퍼들 대부분에게 자리잡고 있는 자아도취다.

어제 머리얹고 와서는 다른 사람을 레슨하려 든다거나,채 탓을 자주하는 사람들...

혹은 코스에 대한 불평을 하고,동반자를 탓하는 사람들...

모두 나는 완벽한데 다만 몇가지 환경이 따라 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곤 한다.

나는 이번에 몇장의 사진으로 깨달았다.

내 스코어가 그 모양인 것은 날씨 탓도,동반자 탓도 아니었다.

모두 내 탓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나는 내 스코어의 답을 얻었다.

[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