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지난 98년부터 시작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금융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한차례 채무를 경감시켜준 워크아웃 기업들중 상당수가 실적부진으로 빚을 더 탕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기업에 1백조원 이상 묶인 금융기관들은 고객이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가증권을 계속 처분하고 있다.

<> 금융기관 손실부담 =워크아웃 여신의 이자를 감면하거나 부채의 일부를 주식(전환사채 포함)로 바꿔줄 경우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

약정이자보다 금리를 깎아주거나 이자를 면제해 주는 만큼 미래의 이자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현재가치 할인차금"이라는 계정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부채를 탕감하면 당장 손실로 반영된다.

출자전환 주식은 현재 주가와의 차액으로 나타난다.

최근 주가급락으로 출자전환주식의 손실폭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주식으로 전환된 채권이나 이자감면분을 제외한 나머지 여신에 대해서도 최저 2%에서 최고 20%까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금리감면과 출자전환으로 발생한 손실이 30%, 나머지 여신에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이 20%(전체금액기준 14%)일 경우 금융기관 손실은 44%에 이른다.

지난해 11월이후 워크아웃 여신을 재조정해준 대상금액은 16조3천억여원이다.

전환사채(CB)를 포함한 출자전환이 6조6백33억원, 금리조정 또는 상환유예 채권이 10조2천5백5억원이다.

지난해부터 워크아웃 기업에 신규로 지원해준 자금 5조여원을 포함할 경우 손실은 더욱 늘어난다.

<> 워크아웃기업 실태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워크아웃기업 77개중 26개사는 워크아웃 조기졸업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졸업"은 기업구조조정위원회의 간섭을 더이상 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채무재조정 작업은 계속된다.

올해안으로 정상기업으로 되돌아가는 순수한 의미의 "졸업"은 한국컴퓨터를 포함, 5~6개사에 그칠 전망이다.

채권금융기관들은 반도체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에 포함된 기업들이 경영목표를 달성했을 뿐 대부분 워크아웃 기업들은 목표에 못미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부동산 매각이나 계열사 매각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상당수 워크아웃 기업들이 하반기에 또다시 부채를 감면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유동성 위기 =금융기관들은 워크아웃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에 대해 이자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원금상환유예와 출자전환으로 워크아웃기업에 빌려준 자금이 묶여 버렸다.

반면 자금을 예치한 고객에게는 만기가 돌아오면 원리금이나 투자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나갈 돈은 많은데 들어올 돈은 없다.

투신사들과 은행신탁에서 우량채권이나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들어 지난달 24일까지 투신사 수익증권은 23조4천1백여억원, 은행 신탁은 13조7백여억원이 빠져 나갔다.

워크아웃여신 동결->자금확보를 위한 금융기관 우량유가증권 처분->주가하락 금리상승->고객이탈과 환매요구 증가->주가하락 금리상승의 악순환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 해결책은 없나 =금융기관 불안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워크아웃 여신을 모두 털어내야 한다.

정부는 하반기중 구조조정전문회사(CRV)를 만들어 워크아웃 여신을 금융기관에서 털어낼 계획이다.

그러나 CRV를 누가 설립하고 출자하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금융기관들로부터 출자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CRV를 설립하는 투자자에게 각종 혜택을 줄 계획이지만 선뜻 나설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이를 떠맡을 경우 또 한차레 "혈세낭비"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현승윤 기자 hyunsy@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