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준리(FRB)의장이 필립스곡선 이론에 정식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1일 "실업률과 인플레는 반비례한다"는 필립스곡선이론이 지금의 경제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세계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총재격인 그린스펀의장의 필립스곡선이론 부인은 실업률과 임금상승률을 금리정책의 주요 변수로 삼아온 중앙은행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린스펀의장도 이 발언을 계기로 앞으로 금리정책을 수립할 때 노동시장동향을 과거만큼 중시하진 않을 것 같다고 금융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린스펀의장은 이날 짐 색스턴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FRB의 단기금리인상의 근거를 설명하라는 요청을 받고 보낸 서한에서 "필립스 곡선은 지나치게 단순한 이론으로 복잡한 현 경제상황을 설명하기에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이 서한에서 그는 "최근 투자가들이 인플레이션과 금리정책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회사채 수익률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고 원자재가격과 환율도 주요 검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그린스펀의장이 필립스곡선의 효율성을 반박함에 따라 이 이론의 폐기논란이 다시 불붙게 됐다.

필립스곡선은 오일쇼크 이후 이 이론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스태그플레이션(불황때에도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여전히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잣대로 활용돼 왔다.

전문가들은 "그린스펀이 필립스곡선의 비현실성을 언급한 것은 FRB의 금리정책이 단순한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변호하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이는 기존 경제이론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영 기자 cool@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