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기댈 언덕은 외국인"

최근 주춤거리던 외국인이 다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섰다.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 이틀 연속 하루 2천억원 이상씩 순매수했다.

미국 증시불안과 현대쇼크로 몸을 사리는듯 했으나 투신사가 쏟아내는 대량 매물마저 덥석덥석 받아내고 있다.

침체된 국내 증시에 "구원투수"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모습이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무려 3조6천억원어치를 사들였던 지난 3월의 매수열기가 재연되고 있다는 기대감도 일었다.

영국의 FTSE 100 월드지수에 한국이 새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뉴스와 미국의 S&P 아시아.태평양 100지수에 SK텔레콤이 신규 편입됐다는 소식까지 가세했다.


<>고가주 편식=외국인이 이날 2천2백1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일부 종목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았다.

금액기준으로는 순매수였지만 수량기준으로는 16만주를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삼성전자 데이콤 LG정보통신등 고가주를 "편식"매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외국인 매수덕분에 이들 종목은 초강세를 보였고 고가주에다 싯가총액이 큰 영향력으로 인해 종합주가지수를 힘껏 밀어올렸다.


<>S&P 아시아.태평양 100지수와 FTSE 100 월드지수 편입효과=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S&P는 3일부터 S&P 아시아.태평양 100지수에 SK텔레콤을 신규 편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이날 SK텔레콤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의 주된 배경으로 꼽혔다.

지난해 10월께 이 지수가 만들어지며 국내 상장사중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편입되면서 외국인의 매수세를 불어모았던 경우와 비슷하다.

영국의 FTSE 100 월드지수에 한국이 조만간 신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외국인의 순매수 배경으로 분석됐다.

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김기태 영업담당이사는 "3일(한국시간) 편입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건스탠리(MSCI)지수가 외국인 매매에 주는 영향력보다 덜하겠지만 한국이 FTSE지수에 편입될 경우 유럽계 외국인의 매수세를 자극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3월과 같은 매수세 기대할 수 있나=반신반의하는 시장관계자들이 많다.

현대증권의 한동욱 조사역은 "S&P 아.태 100지수와 FTSE 월드지수에 편입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SK텔레콤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린 것은 IMT-2000사업 선정과 관계가 많다"며 "영국이 최근 IMT사업자를 선정한 것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이 사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국내에선 SK텔레콤이 IMT-2000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외국인이 선취매했다고 분석했다.

ABN암로 아시아의 권지훈 부장은 "최근 외국인은 단기투자자건 중장기 투자자건 단기매매에 능하다"며 "정보통신주의 낙폭이 과대한 점을 겨냥해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투신문제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불안심리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지수가 800근처로 가면 다시 차익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