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우리 정치권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참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앞선다.

남북정상회담과 현대사태 등 국가적 현안 과제가 산적한 상황임에도 3개월여동안 국회문을 닫아 놓도고 미안하다는 말 대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국회가 열린 날은 지난 2월 15일이다.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소집했으나 여당이 응하지 않아 실제로는 열리지 못했다.

여야 합의로 열린 국회가 끝난 게 2월9일이니 3개월여를 놀고 먹는 셈이다.

여야는 3월에는 "총선때문에 국회를 열 수 없다"고 하더니 총선 후에는 "낙선의원이 많아 국회를 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변한다.

물론 내막은 다르다.

여당은 남북정상회담에 힘을 모은다는 이유로,야당은 이달말로 예정된 전당대회 준비를 하느라 국회를 내팽개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어차피 지금 국회를 소집해봐야 낙선의원들이 대거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회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너나 없이 감투싸움에 나서는 상황이라 "국회따위"에는 안중에 없다.

부총재단 등 당직경선을 이달말과 내달초로 잡아놓은 상황이니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지도 모른다.

문제는 의정을 내팽개친 것은 차치하고라도 "놀고먹는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비판을 피할길이 없다.

국회 문을 닫아 놓고도 세비는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시민단체가 이틀을 근무하고 한달치 세비를 받게되는 16대 당선자에 대해 세비 반납운동을 펼치고 있으나 이에 정식 동의한 당선자는 20여명에 불과하다.

하루만 놀아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는 일반 근로자 눈에는 분명 딴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

비판여론이 들끓자 3일 농림해양수산위를 열었고 8일에는 교육위를 열기로 했다.

그나마 상당수 의원들의 불참이 예상돼 소관상위와 무관한 의원들을 투입하기로 한 상태라 회의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자신들의 권리만 찾고 의무를 외면하는 정치권이 과연 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선거기간 내내 당선자들은 국민을 팔았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 소리쳤다.

이런 사람들이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듯 "나몰라라"이다.

정치인들의 이같은 몰염치가 아직도 통하리라고 생각한다면 착각도 큰 착각이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