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가 아닌 사람은 탈모의 고충을 이해하기 힘들다.

용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져다 줄 뿐아니라 대인관계에서 자신도 모르게 손해를 보는 경우마저 있기 때문에 탈모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머리가 시작되는 연령이 20~30대로 내려가는 추세다.

혼기에 접어든 미혼남성일 경우 고민은 더욱 클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머리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효과가 불확실한 갖가지 민간요법과 모발치료제를 사용해 보지만 만족할 결과를 얻지 못하고 돈과 시간만 낭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전 발모효과가 83%에 달하는 먹는 탈모증치료제 "프로페시아"(한국MSD)가 국내에서 시판됐다.

이 제품의 효과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됐기 때문에 효과가 들쭉날쭉한 기존 치료제에 대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탈모증의 원인과 예방, 최신치료법에 대해 심우영 경희대 의대 교수, 이원수 연세대 의대 교수의 도움말을 들어본다.

<> 남성형 탈모증(대머리)은 왜 생기는가 =남성형 탈모는 원형탈모증이나 다른 유형의 탈모증과 구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먼저 앞머리의 두발선이 후퇴하면서 정수리까지 확산된다.

반면 뒤와 옆의 머리카락은 숫자나 굵기에서 모두 큰 변화없이 유지된다.

이는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토대가 되는 모낭이 정상적인 상태보다 일찍 활동을 중단함으로써 건강한 성장모가 만들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머리카락의 색깔은 옅어지고 굵기가 가늘어져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잔털만 남게 된다.

이같은 탈모과정이 진행되면 피지선(모낭에서 기름을 생성하는 부위)의 활동이 과도해져 두피가 기름기로 번들거리게 된다.

모낭에서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체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두피에 기름기가 흐르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게 된다.

DHT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의 작용을 받아 변화될때 생긴다.

따라서 남성형탈모를 막는 가장 가능성 있는 방법으로 이 효소의 작용을 차단하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이에 근거한 첫번째 의약품이 최근 등장한 프로페시아다.

유전적인 원인도 빼놓을수 없이 중요하다.

대머리 유전자는 대를 이어 전수된다.

유전의 형태는 불완전해서 바로 후대에 나타나지 않을수 있으며 몇대를 건너 뛴 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경향은 남녀의 차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머리가 남자에게 주로 생기는 것은 탈모유전자가 작동하는데 남성호르몬이 중요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남녀 모두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나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적은 양의 호르몬이 분비돼 탈모가 눈에 띄지 않는다.

여성도 남성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되거나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남성호르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머리숱이 적어지거나 가늘어지는 증상을 보이게 된다.

<> 다른 유형의 탈모증 =원형탈모증은 두피에 동전크기만한 탈모구역이 생기는 것으로 모낭에 염증이 생겨 모발의 성장이 저해되고 모발의 손상이 나타난다.

원형탈모증은 유전적인 원인, 알레르기, 자가면역반응(자기신체의 일부를 항원으로 생각하고 항체가 이 항원을 과도하게 공격하는 병적 현상),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모낭이 너무 빨리 휴지기(休止期)로 들어가 남성탈모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첫째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여성들은 분만 직후 일시적으로 이런 현상을 경험할수 있다.

둘째 필수비타민 바이오틴과 철분 아연과 같은 무기질의 결핍이 탈모를 촉진할수 있다.

셋째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매독이나 결핵과 같은 소모성질환,백선 지루성피부염(비듬을 유발하는 질환의 하나)같은 두피의 감염성 질환, 항혈액응고제 관절염치료제 같은 일부 약물 등이 머리를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