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장관을 단순한 선임장관의 지위에서 정책조정기능을 하는 부총리로 격상, 경제정책조정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한다. 이를 위한 정책조정시스템도 보완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각 경제부처의 자율적 정책수립체제는 유지토록 한다"

8일 공청회를 갖는 정부의 조직.기능 개편안 가운데 경제정책(부처)과 관련된 내용을 압축하면 이렇게 된다.

그러나 연구용역팀의 희망대로 "각 부처 자율성은 살리되 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부처가 한목소리를 내는" 새 시스템이 잘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 경제정책조정회의 잘 될까 =이 회의를 주재하는 재정경제부 장관이 부총리가 되면 일단 회의의 기능과 역할은 강화될 전망이다.

또 재경부 차관이 경제부처의 관련 실.국장을 불러모으는 사전 실무회의를 신설, 현안을 사전 조율해 나가고 한은 등 관련기관의 장까지 회의에 출석, 발언토록 한다면 회의는 상당히 활성화될 수 있다.

지난해 강봉균 장관때는 "여럿이 모여봤자 특별한 소득이 없다"는 강 장관의 업무스타일 때문에 "수시회의"란 이름으로 5-6명의 "핵심" 장관들만 소문없이 만나 주요 경제현안을 협의하곤 했다.

경제장관들이 모두 모이는 전체회의는 잘 열리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수시회의에 배제되는 부처의 반발이 있었고 협무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도 했다.

재경부 장관이 부총리가 되면서 매달 1차례씩인 정례회의를 확대해 나간다면 이같은 현상은 상당히 완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부총리가 어떤 고삐로 경제부처들을 죄어나갈 것인가 하는 점.

부총리가 경제기획원 시절처럼 예산권을 무기로 쥐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직전 정부의 재경원처럼 예산권에다 "금융"까지 장악하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직후인 지난 98년 정부조직개편에서 예산은 기획예산처로, 금융은 금감위로 떨어져나가 재경부에 남아 있는 정책적 수단은 사실상 세금뿐인 상황이다.

<> 운영의 묘 모색해야 =개편안대로 되면 월 1회인 경제정책조정회의 정례회의 개최횟수가 늘어나고 상정 안건의 범위도 구체화되면서 확대된다.

반면 법적 구속력이 없고 정책조정기능도 미흡한 지금까지의 경제장.차관간담회는 폐지된다.

부총리로 격상되는 재경부장관에게 예산과 금융 같은 정책적 칼까지 주진 않되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효율적으로, 체계적으로 주도할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명문화해 놓자는 것이다.

각 경제부처의 자율적 경제정책수립체제가 유지되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보면 복원되는 경제부총리는 직함과 강화된 경제정책조정회의 운영규정으로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제부처의 입장을 조율, 경제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관성도 유지해야만 한다.

과거 재경원시절처럼 힘에 의한 일방적 정책조정이 아니라 노련한 행정력과 조정회의를 무기로 운영의 묘를 살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정책조정을 위해 해당부처에 자료를 요청해도 제대로 입수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렸다"고 불평해온 재경부 실무자로서는 부총리 승격만으로도 상당한 힘을 받게 됐다.

허원순 기자 huhw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