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연봉제를 앞다투어 도입함에 따라 직장인들은 능력주의, 업적주의의 상징인 연봉제라는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다.

그 동안 우리기업의 임금체계는 학력과 근속연수에 기초한 연공급이 주류였다.

때문에 직장인들에게 연봉제는 낯설고 두려운 존재로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연봉제는 장유유서와 선입자를 우대하는 유교전통과는 거리가 먼 제도이다.

그래서 연봉제에 대한 직장인의 정서는 대체로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지식시대가 본격화되면 연봉제가 보상관리의 주류를 이룰 것이다.

연봉제와 지식시대에 성공적인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첫째 공평주의(equity) 사고를 가져야 한다.

평등주의에 입각한 연공급은 저임금.고도성장시대에는 합리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고임금.저성장.무한경쟁시대이다.

직장인들이 자신의 공헌도에 따라 임금을 지급 받겠다는 공평주의 사고를 가질 때 연봉제는 성공할 수 있다.

둘째, 몸값의 개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직장인들은 현재 받고 있는 급여를 자신의 몸값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쟁시대의 몸값은 현재 받는 급여가 아니고 "현재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가면 받을 수 있는 급여"를 말한다.

이를 기회임금(opportunity wage)이라고 한다.

기회임금이 높은 사람은 명예퇴직,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기업의 스카우트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들은 자신의 객관적인 몸값인 기회임금의 개념을 정확히 깨닫고 이를 높이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애직심을 가져야 한다.

애직심은 자기 직무를 사랑하고 전문성을 높이는 자세를 말한다.

우리는 유교의 사, 농, 공, 상의 영향을 받아 관리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명예퇴직, 정리해고 대상 1호가 관리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전문성이 결여된 관리직은 점점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위중심에서 직무중심으로 바뀌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넷째, 일을 통한 인연, 즉 사연을 중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성공하려면 학연, 혈연, 지연의 세가지 인연, 즉 3연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연봉시대에는 직장생활에서 3연에 기대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이제는 3연보다는 사연을 중시해야 한다.

다섯째, 경쟁에 노출되어야 한다.

무한경쟁시대의 주체와 대상은 궁극적으로는 개인이다.

개인의 경쟁력이 집합적으로 나타날 때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이것이 다시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개인의 경쟁력 증강 요체는 경쟁에 임하는 자세에 달려 있다.

경쟁을 두려워하는 회피자가 되지 말고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선호자가 되어야 한다.

여섯째, 인사고과에 철저하게 대처해야 한다.

직장에서는 매년 1~2차례 직원을 평가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의 인사관리는 연공주의가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에 평가가 중요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능력주의가 강화되면 될수록 평가는 절대적인 인사기준이 될 것이다.

이제 직장인들은 자신이 어떤 기준에 의해서 평가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자신은 어느 항목이 우수하고 어느 항목이 부족한지를 정확하게 알아서 장점은 발전시키고 단점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일곱째, 건강에 투자해야 한다.

연봉제는 경쟁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심신이 피로하기 쉽다.

이런 때일수록 건강이 중요하다.

건강한 사람만이 적극성과 도전정신을 발휘함으로써 무한경쟁의 파고를 뛰어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신적인 건강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에는 "무엇으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업적지상주의가 중요시되었으나 지식사회에서는 과정도 중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여덟째,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야 한다.

연봉제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상하간 의사소통의 원활화이다.

연봉제 대상자는 매년 스스로 업무목표를 세우고 상사와의 면담을 통해 이를 확정한 후 연말에 그 달성정도를 평가받게 된다.

따라서 연봉제 대상자는 목표수립과 업무수행과정, 그리고 평가시 상사와의 면담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밝히고 조언을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의 주장은 항상 논리와 합리성에 기초를 두고 겸손한 자세로 임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홉째, 팀워크를 고려한 개인주의가 필요하다.

기업문화는 집단주의에서 탈피하여 개인주의로 나가되 이기적으로 흘러서는 안된다.

과거에는 정보나 지식이 전수되었지만 앞으로는 정보와 지식이 창조되기 때문에 개인의 창의성과 팀워크로 이루어지는 협조를 통한 창조성, 즉 협창성이 중요시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열번째, 가족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직장인은 집을 나서면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다.

또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는 실직공포증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다 능력주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능력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이와 같은 노력들은 가족의 이해와 협조가 없다면 소기의 목적을 얻기가 어렵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가족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대처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이제 연봉제는 좋든 싫든 우리 곁에 다가왔다.

연공주의의 향수에 연연하지 않고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인정하면서 진정한 자기개혁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지식사회, 경쟁시대에 대비하는 지름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