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관리자(PM)가 시공담당자와 자재업체에 별도의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현장감리자와 자재업체를 거쳐 하도급 협력업체로 업무지시가 내려지는 복잡한 절차도 거치지 않는다.
굳이 종이문서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오고가지 않아도 된다.
이곳에선 인터넷망을 통해 모든 공사 담당자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계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현장에도 이처럼 인터넷을 이용한 건설CALS(광속상거래) 시스템이 도입돼 종이가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 광속경제 시대를 맞아 인터넷은 건설현장의 업무처리를 혁명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삼성은 타워팰리스 현장에 미국의 건설부문 인터넷 전문회사인 세프렌닷컴( Cephren.com )의 인터넷 시공관리 솔루션인 "프로젝트넷"을 적용하고 있다.
프로젝트넷은 세프렌닷컴의 "PM-ASP(프로젝트관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프로바이더)" 솔루션이다.
삼성은 타워팰리스를 포함해 기흥에 있는 삼성전자 정보통신연구소,대만 고속철도 등 3개 현장에 이 솔루션을 도입했다.
이를 활용하면 인터넷 서버를 통해 현장 공사감독,감리자,시공사의 실무담당자,설계사 등이 인터넷으로 연계돼 손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착공에서 준공 때까지 각종 도면이나 공정관리 자료를 공유하게 된다.
도면에 없는 암반이 공사중 발견될 경우에도 종이문서를 주고받을 필요없이 인터넷으로 감리단을 거쳐 발주처에 보고,설계변경과 공사금액을 조정하면 그만이다.
그뿐만 아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인터넷 환경에서 실시간 회의가 가능해 의사소통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
인터넷상에 모든 작업기록이 남게 돼 관리하기에 편하며 결제에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은 물론 업무처리의 책임과 권한이 명확해진다.
설계단계에서 이 솔루션을 적용하면 전체 공사비의 30%까지 절감할 수 있고 실제 공사단계에서 적용하더라도 10%의 비용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공사비가 5억달러인 대만 고속철도공사의 경우 5천만달러(약 6백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삼성은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건설공사의 국제화와 공사관리의 선진화를 이루고 건설CALS를 포함한 국내 건설업의 디지털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송용로 삼성물산 사장은 최근 세프렌닷컴의 로버트 마즈텔레스 사장과 전략적 제휴협약을 맺었다.
이번 제휴를 통해 삼성은 별도의 대리점계약을 맺고 세프렌닷컴의 "프로젝트넷"을 국내 독점공급하게 된다.
두 회사는 또 건설분야 인터넷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오는 7월 자본금 70억원 정도의 합작회사(가칭 세프렌코리아)를 별도로 설립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 솔루션을 도입함에 따라 자사의 국내외 2백여개 건설현장에서만 앞으로 3년동안 3백7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지난 97년 설립된 세프렌닷컴은 미국 GE 벡텔 등이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업체로 "비드컴"과 함께 전세계 건설부문의 PM-ASP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8백여개의 건설현장에 솔루션을 공급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ked.co.kr
[ CALS란 ]
설계 개발 구매 생산 판매 등 표준화된 정보를 공유하는 "생산 조달 운영정보 시스템"을 말한다.
지난 1980년대 중반 미국 국방부에서 투자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개념으로 초기엔 "컴퓨터를 통한 군수물자구매"에 활용됐다.
이후 민간 제조업 등에 적용되면서 최근엔 "광속상거래"( Commerce At Light Speed )란 뜻으로 쓰이고 있다.
90년대 초반엔 미국 보잉사에서 첨단항공기인 B777을 만드는데 이 시스템을 적용,단 한장의 종이도 들이지 않고 개발기간도 단축시킨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