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스티브 김이 준비할 일이 있다며 자리를 피해주었다.

"스티브 김 회사에서 챙기는 커미션이 얼마나 됩니까?"

진성호가 이현세에게 물었다.

"전환사채의 경우 2.5%이고,일반차입의 경우 0.5%입니다"

"2억 달러의 0.5%면 100만 달러네요.

서류작성해주고 회의를 주선해주는 대가이니 열심히 뛸 만도 하군요"

두 사람은 잠시 침묵 속에 커피를 마셨다.

"좋은 소식이 있어요"

진성호가 앞에 놓인 커피포트에서 잔에 커피를 따르면서 말했다.

"무슨 일인데요?"

"권혁배 의원과 밤 동안 서너 차례 통화했어요.

백인홍이 대해직물을 인수하기로 일단 합의를 봤어요"

대해직물은 대해실업의 직물분야에 속해 있는 대해실업 산하 독립법인을 의미했다.

"그렇게 빨리요?"

이현세가 그 말이 믿기지 않아 되물었다.

"백인홍 스타일이지요.

허세고요.

자신이 한때 하청일을 한 모기업의 시설을 인수한다는 것이 퍽 자랑스러웠을 거예요"

"조건은요?"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결국 이렇게 정했어요.

실사기간은 30일,가격은 순자산 가치인 800억으로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조로 실사실시 전 계약시 총금액의 50%를 지불하기로 했어요.

잔금은 실사 후 1개월 내에 지불하고 해외거래처 바이어를 포함한 무역권도 2년이내 단계적으로 양도하기로 했지요.

그리고 고용승계도 보장받았고요"

"은행과 노조도 동의하겠지요?"

"은행담당 중역과는 이미 통화했어요.

백인홍 회사가 채무를 인수하는 데 협조하겠다고 약속받았어요.

노조도 퇴직금 액수가 문제지 별 어려움이 없을 거예요"

진성호가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가 커피를 천천히 마셨다.

"실사중 이 이사가 내게 준 서류에 기록된 자산과 부채 액수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요?"

진성호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장부가격이 아닌 현시가를 최대한 반영한 액수입니다.

재고자산에는 실제 실사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3% 내외일 겁이다.

부채도 그 정도 이상 차이가 나지 않을 겁니다.

공식적인 재무제표와는 달리 재고실사를 한 숫자이고 현시세로 환산한 숫자입니다"

"그럼 성사된 걸로 간주해도 될 것 같아요.

귀국하는 대로 계약하기로 약속했어요.

실사는 내주 월요일부터 시작하기로 했고요"

"무역권을 꼭 넘겨야 합니까? 대해실업의 외형이 급격히 줄어들 텐데요"

"백인홍이 내세운 가장 중요한 조건이지요.

그래서 2년내로 합의를 봤습니다.

2년내에 외형을 늘릴 새로운 사업을 찾으면 됩니다"

"귀국 후 주주총회를 곧 소집해야겠군요"

"가족에게는 처분 가능성에 대해 미리 얘기해두었으니 주주총회 결의는 문제없어요"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얼떨떨합니다.판매대금 사용처는요?"

"우선 성의표시로 은행에 어느 정도 부채상환은 해야겠지요.

나머지 돈 중에서 정치자금을 내고요.

적어도 100억은 필요할 겁니다"

진성호의 말에 이현세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