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실에서 번 돈은 대학으로"

코스닥에 등록한 바이오 벤처기업인 마크로젠의 대표 서정선(47) 서울대 의대 교수가 모교인 서울대에 발전기금으로 1백억원대의 주식을 쾌척했다.

서 교수는 8일 이기준 서울대 총장에게 대학발전기금으로 써달라며 마크로젠 총 주식의 3.1%에 해당하는 10만주를 내놓았다.

서 교수는 이 주식을 개인지분에서 출연했다.

서울대는 벤처기업의 대주주 주식보유 의무기한인 오는 8월23일 이후 이 주식을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

이번 기증으로 서 교수가 보유한 마크로젠의 주식은 49만주에서 39만주(12.1%)로 줄어들었다.

서 교수의 주식 기증은 단순히 모교에 장학기금을 전달하는 차원이 아니어서 눈길을 끈다.

마크로젠의 핵심사업인 생명공학분야의 뿌리가 바로 대학연구소에서 다져졌고,그 결실을 대학에 환원한다는 의미가 있다.

"실험실 벤처"로 번 돈을 다시 기초학문 연구 재원으로 돌려주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지난 97년 서울대 의대 유전자이식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마크로젠을 설립했다.

마크로젠은 생쥐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험자가 원하는 유전자를 가진 실험용 생쥐를 만드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진 30억개에 달하는 디옥시리보핵산(DNA) 염기 가운데 인간의 특질을 반영하는 유전자 10만여개의 기능을 밝히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인간 게놈프로젝트로 알려진 "신금광찾기(Neo Gold Rush)" 작업이다.

마크로젠은 지난 2월18일 국내 대학실험실 벤처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등록해 대표적인 "생명공학주"로 인정받고 있다.

한때 주가가 주당 18만5천원까지 치솟았고 요즘 세계적인 첨단주가 하락 속에서도 주당 10만원 안팍에 거래되고 있다.

서 교수는 "서울대 의대 실험실 벤처로 출발해 코스닥에 등록한 이후 회사가 계속 성장하는 데 학교측의 뒷받침이 커 주식을 학교에 환원키로 했다"면서 "이번에 기증한 주식이 한국인 유전자 연구사업에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이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자리잡는 데 이 주식이 불씨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서 교수는 이번 기증을 계기로 서울대 기업연구소 등과의 협력을 본격화해 국내 생명공학 분야 발전에 한 몫을 담당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서 교수의 뜻을 받아들여 주식을 처분,유전자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유전자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대 발전기금 간사위원을 맡고 있는 홍기현 경제학부 교수는 "서 교수가 기증한 주식으로 마련된 자금은 유전공학연구와 관련된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마크로젠 외에도 서울대 교수가 창업했거나 핵심기술을 제공한 벤처기업 2~3곳에서 주식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70학번)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서울의대 학장을 역임하고 지난 91년 작고한 서병설 교수의 차남이며 서정기(50) 서울대 의대 교수가 맏형이기도 하다.

서 교수는 연구실적 뿐 아니라 강의솜씨도 탁월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강의솜씨는 마크로젠의 사업설명회 등에서도 그대로 발휘돼 주목을 끌기도 했다.

< 장경영 기자 longrun@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