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한 남북경협 세미나가 9일 한경 다산홀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경협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듯 세미나 현장에는 정계와 학계 재계 인사 2백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첫날 제1세션은 박재규 통일부장관의 축사에 이어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경협"이란 주제 발표와 토론이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 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공동경제생활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남북간에 물자 인원 정보 등의 자유로운 이동이 이뤄지는 동질화된 경제권을 통해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원 교수와 최수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각각 주제발표자로 나섰고 이어 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안두순 서울시립대 교수,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첫날 세미나의 주요내용을 소개한다.

< 정리=박해영 기자 bono@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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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지원 사업 구체적 제시를 ]

윤덕민 < 외교안보원 교수 >

북한은 90년대 들어서 정상회담을 3번 제의했었다.

과거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의했던 상황은 민족의 공동 관심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남북대화를 통해 수세적 국면을 타개하거나 대미협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 나서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먼저 북한은 김대중 정부의 일관된 햇볕정책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김정일이 98년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권력 승계를 완료해 정치적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다.

북한 경제가 작년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올해 다시 북한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북한경제는 외부로부터 대규모 자원을 투입하지 않으면 회생이 불가능하고 더이상 지체할 경우 회생가능성마저도 없어질 정도로 절박한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북한정권에 중대한 기회를 제공했다.

또 일본 EU 등 여타 국가들로부터 지원을 얻기 위해서도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작용했다고 본다.

그럼 정상회담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일단 이번 회의는 그 배경을 고려할 때 경협과 인도적 문제가 사실상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한국이 원하는 이산가족문제에 대해 어느정도 성의를 보이고 베를린 선언에서 밝힌 경협을 얻으려할 것이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을 정례화하기 위해 앞으로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경협사업들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 전력난의 심각성에 비추어 전력문제에 대한 지원은 북한의 관심을 끌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대로 경협을 이산가족문제에만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국제공조보다 민족문제를 우선시하는 국내의 뿌리깊은 경향을 잘 조율해야 한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해체하고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소하는 포괄적 방안으로 "페리 프로세스"를 미국 일본과 함께 마련한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미북간의 고위급회담과 일북 수교회담과 병행되어 개최된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도록 하는 한편 우리도 북한과의 대화에서 미일의 입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 하나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점은 인도주의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다.

이산가족문제와 함께 국군포로, 어부 등 납북인사들의 송환문제를 김대통령이 정상회담 때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장기수 문제도 동시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담은 만남 자체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대화없이 대립과 반목만이 존재하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대화있는 평화공존"상황으로 전환하기 위해 구체적 사안에 집착하기보다는 한반도의 전반적 평화정착을 위한 줄거리를 잡는데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