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목이 안좋아 공연을 취소해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아쉽고도 슬프게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는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제니퍼 라모와 함께 하는 듀오콘서트로 팬들에게 두배로 보답하려 합니다"

소프라노 홍혜경(43)은 9일 아침 귀국해 바로 기자회견장에 나와서인지 조금은 피곤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귀국할 때면 항상 성적표를 받아들고 부모에게 보이는 심정"이라는 그의 말에서 고국에 돌아온 푸근한 마음도 느껴졌다.

홍혜경은 오는 13,15일 두차례에 걸쳐 LG아트센터에서 제니퍼 라모와 주옥같은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줄 예정이다.

홍혜경은 "보통 듀오콘서트는 소프라노와 테너가 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프라노와 메조가 만나면 색다른 음악적 색채감과 오묘한 화음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6일까지 워싱턴 오페라에서 헨델의 "줄리어스 시저"의 주역을 맡아 노래했다.

홍혜경이 클레오파트라역을,라모는 시저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함께 음반을 녹음하기도 한 두 사람은 세계 음악계의 또다른 명콤비로 부상하고 있다.

홍혜경은 "주로 푸치니같은 낭만파 오페라를 많이 했던 나로서는 헨델의 바로크 오페라가 맞지 않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외국 관객들에게 한국출신 성악가도 클레오파트라역을 훌륭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출연배경을 설명했다.

라모도 "클레오파트라는 소프라노에게 아주 어려운 역(soprano killer)인데 홍혜경의 노래를 듣는 순간 이렇게 쉽게 소화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파트너를 추켜세웠다.

홍혜경은 16년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분별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아트디렉터들이 곁에서 이런 저런 주역을 맡아봐라고 유혹해도 자신의 목과 음색에 맞는 역할을 소신있게 찾아나가야 롱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혹의 나이에 걸맞는 답변에서 철저한 자기관리와 흔들리지 않는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