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5조원 안팎의 공적자금을 넣겠다고 발표했으나 재원조성과 법적절차 등에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게다가 공적자금 투입규모의 기초가 되는 두 투신사의 부실규모가 아직 유동적이다.

정부는 시장안정을 명분삼아 서둘러 공적자금 투입계획부터 공식화한 꼴이다.

정부는 투신에 넣을 공적자금을 추가조성 없이 기존 한도 64조원 범위안에서 조성하겠다고 밝혀 편법조성 시비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문제는 지난해말 3조원에 이어 다시 5조원을 넣으면서 정부에선 누구도 사과 한마디 없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 재원조성 방법 =정부는 5조원을 우선 예금보험공사의 가용재원과 자산관리공사및 은행 등에서 빌려 넣고 나중에 예보 보유주식을 담보로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해 갚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땐 예보가 보유 은행주를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당초 논의됐던 예보의 무보증채 발행은 백지화됐다.

그러나 이같은 재원조달에 대해 금융계에선 의구심을 갖고 있다.

우선 예보는 돈이 없다는 것이다.

예보가 금융회사에서 거둔 예금보험료, 출자지분 매각 등으로 1조3천억원이 있지만 나라종금 예금대지급에 다 털어넣어도 모자란다.

또 예보가 자산관리공사에서 3조원을 꿔 이중 1조5천억원을 두 투신사에 넣는다는 것도 사전협의 없이 정부가 서둘러 발표부터 한 듯하다.

자산공사 관계자는 "이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는데 정부에서 10일 실무협의를 갖자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자산공사는 부실채권 매입에 써야할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예보에 빌려주는게 법에 어긋나지 않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보의 ABS 발행은 어떤 식으로든 채권시장에 "구축(驅逐)효과"를 낸다는 예상이다.

어차피 금융회사들이 ABS를 인수하면 그만큼 채권 매수여력이 줄어 금리가 오를 요인이란 얘기다.

<> 투입 및 처리일정 =정부는 오는 12일 구체적인 투입규모가 확정되면 이달말 주총에서 두 투신사의 회사분리작업을 확정할 방침이다.

김종환 대투 사장이 물러나고 새 경영진이 들어온다.

올해 취임한 이종남 한투 사장은 유임된다.

분리된 증권사에 대해선 6월중 인가와 동시에 부실금융회사로 지정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증권사끼리 합병여부도 함께 검토된다.

문제는 7월이후다.

채권싯가평가제 실시로 환매요구가 커지고 주가, 금리마저 약세를 보이면 5조원을 넣고도 다시 부실이 생길수도 있다.

공적자금을 넣겠다고만 했지 언제 어떻게 회수할지 기약이 없다.

정부는 지난해말 3조원을 넣을때 자체 정상화와 코스닥등록 등을 통해 조기에 회수하겠다고 했었다.

<> 부실책임 추궁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한투 대투의 부실책임자들에 대해 금감원과 예보의 2단계 책임추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4일까지 실사에서 두 투신사의 부실이 대략 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두 투신의 전 현직 경영진은 올초 대우채 부당편출입으로 문책경고 등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부실책임 추궁은 차원이 다르다.

재경부 관계자는 민.형사상 책임추궁을 시사했다.

재산압류와 형사고발을 병행한다는 얘기다.

현 경영진은 물론 전 경영진도 적어도 3~4년전까지 두 투신에 몸담았으면 부실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공적자금 투입시기에 맞춰 책임추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형규 기자 o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