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3년,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3백년 전 러시아의 절대군주였던 피터 대제는 러시아 국토로서는 유럽에 가장 가까운 네바강 하구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유럽에 비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뒤진 러시아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창구 겸 대서양으로 나아가는 항구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1712년 마침내 북유럽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유럽 어느 도시보다 규모가 크고 아름답게 건설됐다.

그 해 피터 대제는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이어 귀족들의 옷소매를 짧게 하고 긴 수염을 깎도록 했다.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려는 자세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귀족들은 이같은 조치에 드세게 반발했다.

거처를 옮기는 것과 그들의 권위있는 긴 소매를 짧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슬라브인의 긴 수염은 하느님이 주신 것인데 이것을 깎으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전국적으로 저항이 일어났다.

피터 대제는 그러나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귀족 몇 명과 자신의 아들마저도 처벌했다.

그래도 수염만은 안된다는 저항이 계속되자 피터 대제는 한 발자국 물러서 수염을 기를 수 있게 하는 대신에 수염세를 물리기로 결정했다.

효과는 의외로 빨리 나타났다.

세금을 내기 싫은 러시아인들이 수염을 깎아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로이드 조지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 재무장관 시절에 자동차세를 제안한 적이 있다.

그 당시 길거리에는 마차 대신 자동차가 막 등장하던 때였고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라야 기껏 왕족과 귀족들뿐이었다.

그러나 로이드 조지는 앞으로 자동차 수요는 차츰 평민에게까지 확대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영국에는 자동차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지금 자동차에 세금을 매기면 국가의 재정에 큰 보탬이 될 것이고 도로를 확장하는 예산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에는 예상대로 왕족과 귀족이 자동차에 세금을 부과하는 데 맹렬히 반대했다.

그러나 자동차세 부과는 계속됐고 영국이 1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전쟁비용의 중요한 원천이 됐다.

로이드 조지의 선견지명은 역사가 증명했다.

얼마 전 한강에서 팔뚝만한 잉어 수십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우선 필자가 놀란 것은 한강에 아직도 물고기가,그것도 잉어가 그렇게도 많이 산다는 사실이었다.

30여년 전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하나의 용어로 정착할 무렵 오래된 일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영국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스강에 사람이 빠지면 사람이 익사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썩어서 죽는다"는 자조적인 글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그 후 영국의 신문은 템스강에 물고기가 다시 나타났다고 야단법석이었고 낚싯줄을 드리운 소년의 사진도 곁들였다.

지난번 한강의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을 두고 갑작스런 비를 이용한 공장의 폐수방류냐 아니면 역시 비로 인해 강바닥 퇴적물이 위로 올라와서 물속의 산소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인가 또는 미처리 하수의 유입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늘 하던 식이다.

어쨌거나 더 늦기전에 무슨 수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고기든 사람이든 산소가 없으면 죽는다.

더 늦기전에 산소세를 도입하자.

공기를 오염시키는 원인을 찾아 산소세를 부과하자는 말이다.

예를 들면 굴뚝에서 연기를 배출하는 공장,매연을 내뿜는 자동차,그리고 폐질환을 일으키는 담배에 산소세를 부과하자.

거기에 부과한 산소세를 이용하여 각종 공기정화시설과 오폐수정화시설을 확충하고 오염된 공기로 발생한 각종 폐질환을 무료로 치료해주자.

그렇게 되면 무공해 공장,걷는 사람,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에게는 매우 공평하다.

앞으로 인류가 지상에서 계속 사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인류가 산소 없이 살 수 있도록 진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산소세를 도입하는 것이다.

지금은 오염된 공기와 강을 정화하는 데 드는 비용을 국민 모두가 부담하고 있다.

그것은 불공평하다.

물론 산소세 부과에는 당연히 많은 논쟁이 따를 것이다.

하기야 천재 아인슈타인도 이 세상에서 가장 이해 안되는 문제가 세금이라고 푸념한 적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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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서울대 상대 졸업
<>미 보스턴대 교환교수
<>저서:21세기 지식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