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9일 청와대 단독회동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정국현안 등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

부부 만찬을 1시간 30분간 가진데 이어 배석자 없이 두 지도자가 1시간 15분간 얘기했다.

이날 회동이 당초 예정시간(90분)보다 두배 가까이 길어진 것이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과거 서운했던 감정을 토로했다.

두 사람의 껄끄러운 관계를 풀어나가는 고리 역활은 역시 오는 6월 중순으로 잡힌 남북정상회담이었다.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은 "두 분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과거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했던 대통령으로서, 당시 상황을 중심으로 김 대통령에게 참고가 될만한 사항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5년 재임동안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대북접촉에서 주의할 점을 설명하고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될수 있도록 적극 성원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은 과거의 "앙금"도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동안의 서운했던 점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했고,김 대통령은 이 부분을 진진하게 경청한후 "서운하게 느낀 점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군의 정치적 중립, 금융실명제 등을 위해 노력한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내가 김 대통령은 독재자라고 말한 이유는 야당파괴 언론탄압 편중인사 정치보복 부정선거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화를 얘기할 때는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는 분위기였다.

민주화 동지인 두 사람은 "오늘날 민주화가 이만큼 이룩된데는 서로가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자평하고, 앞으로도 이 부분에 대해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지역감정문제의 심각성도 지적했다.

두 사람은 4.13총선 결과 동서 간격이 더 심화됐다는 점을 "대단히" 우려했다.

두 사람은 "이런 문제의 해결에 공동 노력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얘기를 마칠 쯤에는 "자주 만나고 필요할 경우 상호 전화도 하자"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회동이 끝난뒤 박준영 대변인은 "두 분은 과거의 우정을 바탕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김 대통령은 회동 결과를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회동이 두 "정치9단"간의 완전한 관계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 전 대통령은 그동안 김 대통령을 워낙 강하게 비난해온 터여서,한번의 만남으로 그런 갈등의 골이 완전히 메워질 수 없다는 것이다.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