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대형사건의 경우 대부분이 "로비 파문"이다.

이번에 터진 "린다 김 로비의혹"과 "고속철 커미션 의혹"이 그렇고 "옷 로비"나 "한보 사건"도 넓게 보면 로비사건의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로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런 사건들의 대부분이 "뇌물수수"로 다루어진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정당한 홍보활동까지도 부도덕한 "매수 시도"로 왜곡돼 지탄을 받는 경우가 없지 않다.

정치권을 중심으로한 일각에서 "미국처럼 로비활동을 양성화하고 엄격하게 감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법률에는 "로비스트"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뚜렷한 직업이 없이 특정인이나 집단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그저 "브로커"로 통한다.

그 과정에서 일을 한 대가를 받았다가 적발되면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다만 변호사는 법적으로 "로비"를 할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해 미국에서와 같은 "로비"는 아니지만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을 수 있다.

수임할 수 있는 사건의 범주에 로비활동이 포함된다는 얘기다.

변호사에게 로비활동을 허용하는 법규정은 없다.

지난 98년의 판례를 통해 현실화됐을 뿐이다.

당시 최종백 변호사는 대구 미래대 이예숙 학장으로부터 "재단 운영권을 회수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5억5천만원을 받았다.

재단과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은 최변호사를 특가법위반(알선수재)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사가 받은 돈은 사건 해결을 위한 수임료"라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법원이 변호사의 로비활동을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변호사도 적법한 방법으로 활동해야 한다.

만일 공무원 등에게 금품을 제공하면 뇌물공여죄로 처벌을 받는다.

금품은 단 한푼도 안된다.

물론 일반인이 대가를 받고 로비를 벌이는 것도 불법이다.

공무원이나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일반인이 로비활동을 하며 대가를 받았거나 로비대상자에게 금품을 주었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알선수재)이나 변호사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된다.

린다 김씨의 경우 국내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군사기밀을 빼내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군사비밀보호법 위반 및 뇌물공여죄)로 기소돼 있다.

일단 돈을 건넨 부분을 문제삼은 것이다.

여기서 "뇌물"은 재산적 이익 뿐 아니라 인간의 수요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형.무형의 모든 이익을 의미한다.

일본의 판례는 "육체적 관계"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뇌물"로 인정하고 있다.

경부고속철 차량 선정에 로비를 벌인 호기춘씨도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호씨는 알스톰사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국제관례에 따라 수주금액의 1%를 대가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내법에서는 인정되지 않아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됐다.

일반인은 어떻한 경우에도 돈을 받고 로비활동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인정되는 행위가 제한되고 일부 "억울한" 사례도 있을 수 있어 가끔 "로비업 제도화" 주장이 제기된다.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활동내역을 공개하는 조건으로 로비스트를 허용하자는 견해다.

지난 98년 12월 규제개혁위원회도 "로비 양성화" 문제를 조심스레 검토했었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국민감정이 용인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유야무야됐다.

오세오닷컴의 최용석 변호사는 "로비스트의 활동이 정책결정이나 입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다만 아직 사회적 기반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