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천안 연수원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16대 국회의원 연찬회"는 개최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47명의 초선 당선자를 포함한 한나라당 소속 16대 국회의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데다 5월말 총재단 경선을 앞두고 있어 풍성한 "말의 잔치"가 기대됐기 때문이었다.

정치개혁을 슬로건으로 내걸어 국민의 지지를 받은 초선 당선자들의 당내 민주화 요구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정작 토론회가 열리자 이같은 기대는 사라졌다.

한나라당 "386세대"의 모임인 "미래연대" 소속 오세훈 정병국 박종희 당선자는 조심스러운 어투로 교황 선출방식에 따른 국회의장 경선,크로스보팅(자유투표제) 확대,상향식 공천 등을 거론했지만 발언말미엔 "잘 몰라서 그러니 많이 가르쳐달라"며 꼬리를 내렸다.

그나마 자유발언시간은 40분에 그쳤고 곧바로 이어진 김수한 고문의 "일장훈시"는 30분이나 끌었다.

김 고문은 "국회운영의 축은 정당정치이고 어떤 경우든 당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며 386을 책망했다.

발언기회를 원천봉쇄당한 한 비주류측 의원은 "공천하면서 자기 사람 다 심어놓고 뭐가 두려워 토론시간도 제대로 안주냐"며 불만을 나타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그쳤다.

같은 시간 인근 지역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연수회에서 "386 당선자"의 요구로 자유토론이 예정시간보다 길어져 2시간 남짓 열린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오는 5.31 전당대회에서 총재경선 출마를 선언한 강삼재 손학규 후보 등은 회의장 구석에 앉아 조심스럽게 의원들과 접촉할 뿐이었다.

비주류인 강재섭 박근혜 의원도 부총재 경선을 겨냥해 지지를 호소하고 다녔지만 대부분 참석자들이 가까이 하기를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비주류 중진인 김덕룡 부총재는 아예 모습 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이회창 총재는 행사 인사말에서 "한나라당이 원내 1당으로서 정국을 이끌어야 하고 수권정당이자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며 노.장.청이 어울리는 새로운 정당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찬회를 마치고 나온 한 초선 당선자는 "야당의 당내 민주화는 아직 요원한 것 같다"고 혼자말로 내뱉었다.

16대에 진출한 신진들도 기성정치의 철벽에 또다시 좌절할 것인가.

정태웅 정치부 기자 redael@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