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합니다"란 현수막이 대한불교 조계종 석왕사 이름으로 부천 원미동성당에 걸리고 "부처님 오신날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원미동 성당이름으로 석왕사에 걸렸다.

4월 22일은 기독교의 최대명절인 부활절이었다.

부천 원미동 성당 주임 신부님과 보좌 신부님,그리고 사목회장님 등 공동명의로 부활절 성야 대미사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이 왔다.

종교간의 화해 차원에서 함께 하는 것이 좋다라는 생각으로 미사에 참석했다.

약 2시간 가량 장엄하게 진행된 미사는 빛의 예식으로부터 시작하여 부활을 찬양하는 성가가 장엄하게 성당안에 울려 퍼지고 중간 중간 신부님의 기도와 묵상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환희와 화해,그리고 축복의 향기가 성당안에 그윽했다.

이방인이나 다름없는 수행자의 참석은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는 듯했으나 주임 신부님의 소개와 인사말을 하고 나니 분위기가 처음과는 사뭇 달랐다.

어쨌든 나로서는 좋은 경험을 했고 지역사회의 화해에도 한 몫을 한 셈이 되었다.

미사가 끝난 후 사제관에 모여 뒤풀이를 했다.

간단하게 준비한 다과와 시원한 막걸리도 곁들였다.

받은 잔을 체신 머리 없이 다 퍼마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마실 수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얼마 전 가톨릭대학교 부속병원인 성가병원에서는 환자들의 종교를 감안하여 불교 법회와 기독교 예배를 볼 수 있도록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있었다.

주로 수녀님과 각 종교의 신도들이 참석했다.

불교의 특별한 문화를 소개해 달라고 하여 영산재가 병원 강당에 울려 퍼지고 찬불가가 울려 퍼지는 등 작지만 소중한 실천을 통해 모두를 편안케 하는 것이라 생각되는 행사였다.

외세가 침략할 때는 첨병으로 종교를 앞세운다.

일본인이 임진왜란을 일으킬 때도 마찬가지고 황사영의 백서에서도 드러났듯이 선교를 위해서는 대포 몇 방쯤 쏘는 것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을 게다.

교황께서는 선교를 앞세워 타민족에게 가한 과오를 사죄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부처님 오신날 주교단에서 불교계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개인적으로는 간간이 있었던 일이지만 주교단에서 공식적으로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변해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이 우리에겐 큰 의미가 있다.

21세기는 화해와 협력의 시대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간의 화해와 협력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서로의 종교에 대해서 존중하는 모습이 진정 평화의 시금석이 되리라 생각한다.

종교간의 화해를 위해 중앙과 지방단위 사찰에서 성당에서,그리고 교회에서 함께 하는 모습이 하나하나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보기도 한다.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화해와 협력에 대해 법구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이기면 원망을 낳고 지면 스스로 열등감에 빠진다.

승부를 다투려는 마음만 버린다면 편안해질 것이다.

내 것이 우선이고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데서 결국 다툼과 분쟁이 일어난다.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라는 입장에서 출발한다면 더 이상 종교간의 갈등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인류의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모든 종교의 목적일진대 인류중생을 편안하게 하지 못하고 사회를 편안케 하지 못하는 오늘날의 많은 종교들의 아집과 편견으로 자기 것만을 주장하는 자기우월주의가 팽배한 이때에 늦기는 했지만 이런 작은 실천들이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일렁이기를 기대한다.

세상에는 여러 곳에서 물이 사방을 흘러서 마침내 바다로 들어온다.

바다로 들어오기 전에는 높은 곳을 흐르는 물과 낮은 곳을 흐르는 물이 같지 않아서 그 물의 맑음과 흐림도 구별됐지만 한번 바다로 들어온 뒤에는 모두 같은 바닷물이어서 전혀 차별이 없다.

이와 같이 세속에선 여러 모양의 차별이 있었으나 이 큰 불법의 바다에 들어오면 다 같은 사문이요 불자여서 차별이 없다.

각 종교가 방법과 의식에 있어서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데 그 의미를 두자면 타종교를 비방하기보다는 화해와 협력으로 함께 가는데 진정한 종교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불평등의 문제,지역간의 문제,남북간의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갈등이 이 세계를 뒤덮고 있는 이때,2천5백44년전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가르침은 모든 인간의 근본에 있어서 평등한 것임을 깨우쳐 주시는 것이기에 더욱 더 값진 것이라 생각된다.

duku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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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조계종 총무분과 위원장
<>불교신문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