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는 이익집단이 길러 온 의탁아 (foster child) 로 전락해,정부가 제 뜻대로 일을 못한다"

이 말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미국 초창기부터 시작된 로비활동의 폐해에 대해 경종을 울린 유명한 발언이다.

미국정부는 그 후 약 85년간 로비활동의 본격적인 규제를 미뤄오다가 1995년에 로비공개법 (Lobbying Disclosure Act of 1995)을 제정해 96년부터 이를 실시함으로써 공무원의 부패를 방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법은 근무시간의 20% 이상을 로비활동과 관련한 일에 종사하는 자는 의회에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로비활동"을 광범위하게 해석해 대상 공직에 있는 인사에게 접촉하거나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이를 위해 연구 기획 및 준비를 하는 행위까지 다 포함시키고 있다.

이 법은 또한 1년에 두 번씩 정례 서면보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 으며 이 보고서에는 보고기간에 1만달러 이상의 지출이 발생했을 경우 명세서를 포함시켜야 하고 1만달러 이하일 경우에도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 다.

이 정례 보고서에는 고객명단 로비내용 수입 등 모든 활동 사항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보고 위반 한건당 최고 5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법은 로비활동가뿐만 아니라 로비대상에 속하는 공직자들도 규제한다.

해당 공직자는 1회에 50달러 또는 그 이상의 유형 무형의 가치를 공여받거나 개인 또는 집단으로부터 1년에 1백달러 이상의 유형 무형의 가치를 제공받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공직자는 오랫동안 묵인돼왔던 골프 음악회 만찬 점심 등의 초대에 응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강연료도 자선기관에 기부해야 하며 금액도 1회에 2천달러를 초과할 수 없다.

이러한 엄격한 기준을 "백두사업" 로비에 적용한다면 호텔에서 몇 시간동안 휴식을 취하고 음식을 먹은 행위만 가지고도 관련자를 처벌할 수 있다.

미국에도 무절제한 로비의 피해가 극심하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날카로웠음에도 1백50여년간이나 미국정부와 의회가 이에 손을 쓰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로비활동을 엄격히 규제할 경우 손해보는 측은 공직자들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이유로 로비규제법을 거론조차 하지않고 있다는 인식이 최근 시민단체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사실 미국이 로비공개법을 제정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COMMON CAUSE라는 시민 단체다.

이 단체는 1970년 창립당시 "로비를 규제하는 로비단체"로 간판을 내걸어 첫해에 1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그 숫자가 25만명으로 증가했으며 연간 활동비가 85만달러에 이른다.

로비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로비활동을 집중적으로 해온 이 단체는 그 동안 시민들의 호응과 공익단체들의 연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막강한 파워를 갖게 돼 이 단체의 지목을 받은 국회의원은 틀림없이 낙선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사회에도 로비활동이 음성적이고 불법활동이란 인식이 가득하다.

따라서 로비활동의 양성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로비활동을 법적으로 인정하면 오히려 부패를 조장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우려가 깔려있다.

그러나 로비를 양성화하고 엄격히 관리하는 로비활동 규제법을 만들지 않으면 이양호-린다 김과 같은 부적절한 커넥션이 발생해 국가안보가 흔들리는 위험을 초래하는가 하면 일부 공직자들의 허물어진 윤리의식에 국민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로비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있다.

그러나 로비활동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첫째 양성화된 로비활동은 공직자들에게 특수분야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로비스트"는 전직 고참 상원의원,하원의원,백악관 보좌관 등 사회 지도층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저명한 과학자나 학자들도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둘째 로비활동을 양성화하면 어떤 정부 정책에 대해 상반된 입장에 있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주장을 공론화하는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공동선을 구현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음성적이고 부적절한 로비를 근절하고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하여 투명성 있는 공개된 로비활동을 양성화하고 동시에 엄격히 규제하는 로비활동규제법을 제정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시급하다.

이번 총선에 성공적인 낙선운동을 전개한 시민단체들과 개혁에 대한 사명감을 가진 여야 초선의원들이 공조한다면 부패방지법과 로비규제법의 제정을 16대 국회에서 기대해볼 만하다.

benlimb@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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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약력 =

<>고려대 영문과 졸업
<>미 세인트존스대 국제정치학 박사
<>미 뉴욕로스쿨 법학박사
<>미국변호사협회(ABA)국제법위원회.인권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