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구권교환 사기사건..이계민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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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왕국에 일반인들로부터 존경받는 예언자가 있었는데 그는 줄곧 잘못된 정치를 비판했다.
그러자 왕은 참다 못해 그 예언자를 죽이기로 작정하고 잡아들였다.
그리고 나서 "무엇이든 예언을 해보라"고 명령하면서 "만약 너의 예언이 들어맞으면 그리스도가 그랬던 것처럼 십자가에 못박히게 하고,들어맞지 않으면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말했다.
예언자는 한참 생각한 끝에 "나는 교수형을 당할 것이다"고 예언했다.
덕분에 예언자는 목숨을 건질수 있었다고 한다.
예언이 맞으려면 먼저 교수형에 처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틀리면 교수형에 처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살려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무리 생각해도 절묘한 대답이다.
요즈음의 우리 경제,특히 금융시장이 안고 있는 여러가지 난제들을 검토해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묘수는 없을까.
고대 왕국의 예언자에 관한 에피소드가 생각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우리경제의 최대과제로 대두돼 있는 금융구조조정만 해도 그렇다.
IMF관리체제 이후 은행을 포함한 많은 금융기관들이 문을 닫았고,그 과정에서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이미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금융부실은 여전히 남아있고,이를 털어낸뒤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토록 하려면 아직도 4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대우그룹 부실이라는 사건이 발생한 탓도 있긴 하지만 부담이 늘어나는 국민들로서는 갑갑하기 이를데 없다.
또 앞으로 40조원만 투입하면 정말 국제경쟁력을 갖춘 건전한 금융기관으로 부활할지에 대해서도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확신을 갖기가 어렵다는데 더욱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두고 볼 일만도 아님은 분명하다.
공적자금의 조달방안을 놓고 견해들이 분분하다.
정책당국자들의 복안도 현재로서는 분명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는 사이 부실은 더욱 커지고 해법 또한 모호해지는 형국이다.
더구나 은행의 합병 대형화등 금융가에 태풍을 몰고 올 굵직한 숙제들이 이미 던져진 상태다.
정부정책의 확실한 방향제시와 원칙의 천명이 절실한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을 정책 탓으로 돌릴수만은 없는 일이다.
최근에 문제가 된 구권화폐 사기사건은 무척 흥미롭다.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두차례나 거액어음 사기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장영자씨가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법적으로 통용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구권화폐(수년전에 발행된 화폐)를 신권으로 바꿔주는 것을 미끼로 한 사기행각이 어떻게 가능했고,수십억원에 달하는 구권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등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그런데 이해할수 없는 일은 은행원들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이다.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확실한 진상은 알수 없지만 수표를 발행한 것만은 틀림없는 것같다.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검은 돈의 거래가 아직도 지하경제를 주름잡고 있기 때문에 은행원이 낀 이같은 사기행각이 이뤄질수 있었을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고,이것이 우리 금융의 현실을 보여준 것은 아닌지에 생각이 미치면 참으로 허탈한 심정을 떨쳐버릴 길이 없다.
금융기관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이 아닌가 싶다.
우리경제의 사활이 걸린 구조조정 과정에서 과연 금융기관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의 핵심과제는 대우문제를 신속히 매듭짓는 일이다.
우여곡절끝에 어렵사리 마련됐던 대우계열사들의 워크아웃 계획이 이런 저런 이유로 지연되고 있지만 채권자인 금융기관들의 비협조도 큰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개별 금융기관들이 목전의 이해에 집착한 나머지 워크아웃 스케줄을 뒤흔들고 기업정상화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손해보는 것은 채권자 자신들이라는 점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지표상으로 나타난 현재의 우리경제 모습은 꽤 좋은 편이다.
경기과열이 우려될 정도의 높은 성장을 유지하고 있고,물가도 아직은 불안기미가 엿보이지 않는다.
국제수지 흑자규모가 다소 줄고있어 걱정이지만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능히 극복할수 있는 저력이 충분하다.
문제는 금융부문이다.
구권교환 사기사건에 가담할 정도의 정신자세라면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멕시코처럼 IMF지원 3년후 다시 위기상황에 빠지는 "IMF3년차 증후군"을 경험할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다름아닌 금융구조조정의 차질을 염두에 둔 경고다.
발전전략을 가다듬고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궁지를 탈출한 예언자의 묘수를 찾기는 쉽지않겠지만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그러자 왕은 참다 못해 그 예언자를 죽이기로 작정하고 잡아들였다.
그리고 나서 "무엇이든 예언을 해보라"고 명령하면서 "만약 너의 예언이 들어맞으면 그리스도가 그랬던 것처럼 십자가에 못박히게 하고,들어맞지 않으면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말했다.
예언자는 한참 생각한 끝에 "나는 교수형을 당할 것이다"고 예언했다.
덕분에 예언자는 목숨을 건질수 있었다고 한다.
예언이 맞으려면 먼저 교수형에 처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틀리면 교수형에 처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살려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무리 생각해도 절묘한 대답이다.
요즈음의 우리 경제,특히 금융시장이 안고 있는 여러가지 난제들을 검토해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묘수는 없을까.
고대 왕국의 예언자에 관한 에피소드가 생각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우리경제의 최대과제로 대두돼 있는 금융구조조정만 해도 그렇다.
IMF관리체제 이후 은행을 포함한 많은 금융기관들이 문을 닫았고,그 과정에서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이미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금융부실은 여전히 남아있고,이를 털어낸뒤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토록 하려면 아직도 4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대우그룹 부실이라는 사건이 발생한 탓도 있긴 하지만 부담이 늘어나는 국민들로서는 갑갑하기 이를데 없다.
또 앞으로 40조원만 투입하면 정말 국제경쟁력을 갖춘 건전한 금융기관으로 부활할지에 대해서도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확신을 갖기가 어렵다는데 더욱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두고 볼 일만도 아님은 분명하다.
공적자금의 조달방안을 놓고 견해들이 분분하다.
정책당국자들의 복안도 현재로서는 분명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는 사이 부실은 더욱 커지고 해법 또한 모호해지는 형국이다.
더구나 은행의 합병 대형화등 금융가에 태풍을 몰고 올 굵직한 숙제들이 이미 던져진 상태다.
정부정책의 확실한 방향제시와 원칙의 천명이 절실한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을 정책 탓으로 돌릴수만은 없는 일이다.
최근에 문제가 된 구권화폐 사기사건은 무척 흥미롭다.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두차례나 거액어음 사기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장영자씨가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법적으로 통용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구권화폐(수년전에 발행된 화폐)를 신권으로 바꿔주는 것을 미끼로 한 사기행각이 어떻게 가능했고,수십억원에 달하는 구권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등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그런데 이해할수 없는 일은 은행원들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이다.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확실한 진상은 알수 없지만 수표를 발행한 것만은 틀림없는 것같다.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검은 돈의 거래가 아직도 지하경제를 주름잡고 있기 때문에 은행원이 낀 이같은 사기행각이 이뤄질수 있었을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고,이것이 우리 금융의 현실을 보여준 것은 아닌지에 생각이 미치면 참으로 허탈한 심정을 떨쳐버릴 길이 없다.
금융기관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이 아닌가 싶다.
우리경제의 사활이 걸린 구조조정 과정에서 과연 금융기관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의 핵심과제는 대우문제를 신속히 매듭짓는 일이다.
우여곡절끝에 어렵사리 마련됐던 대우계열사들의 워크아웃 계획이 이런 저런 이유로 지연되고 있지만 채권자인 금융기관들의 비협조도 큰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개별 금융기관들이 목전의 이해에 집착한 나머지 워크아웃 스케줄을 뒤흔들고 기업정상화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손해보는 것은 채권자 자신들이라는 점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지표상으로 나타난 현재의 우리경제 모습은 꽤 좋은 편이다.
경기과열이 우려될 정도의 높은 성장을 유지하고 있고,물가도 아직은 불안기미가 엿보이지 않는다.
국제수지 흑자규모가 다소 줄고있어 걱정이지만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능히 극복할수 있는 저력이 충분하다.
문제는 금융부문이다.
구권교환 사기사건에 가담할 정도의 정신자세라면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멕시코처럼 IMF지원 3년후 다시 위기상황에 빠지는 "IMF3년차 증후군"을 경험할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다름아닌 금융구조조정의 차질을 염두에 둔 경고다.
발전전략을 가다듬고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궁지를 탈출한 예언자의 묘수를 찾기는 쉽지않겠지만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