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 양분되고 있다.

과열경기가 좀더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와 안정성장 궤도에 접어들고 있다는 시각이 팽팽하다.

이런 가운데 장기호황에 따른 후유증을 염려하는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11일 올해 미국 경제성장세가 둔화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임금인상과 복지비용 상승 등으로 기업의 비용부담이 커져 국내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과는 달리 경기둔화 시기가 다소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비용부담 증가는 인플레를 촉발하고 이는 연준리(FRB)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이어져 5%대의 고성장세가 주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CEO들의 이같은 시각은 서머스 재무장관 등 정책당국자들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 경제의 성장률이 점진적으로 낮아져 2~3.5%의 안정적인 성장기조에 안착할 것이라는 견해다.

연준리의 금리인상 효과가 보통 수개월 뒤에 본격화되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연준리는 작년 6월이후 경기과열로 인플레가 촉발될 것을 우려,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 4월중 미국의 소매매출이 98년8월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과열조짐이 수그러드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달 소매매출은 전월보다 0.2% 줄어들었다.

당초 예상(0.4% 증가)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제지표상으로는 아직 미국 경제가 둔화세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은 5.4%를 기록,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민간소비도 왕성하다.

게다가 고성장.저물가로 대변되는 "신경제"의 원동력인 노동생산성도 3% 안팎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 경제의 경기과열을 우려하는 견해를 제시했다.

OECD는 이날 발표한 미 경제 분석보고서에서 10년째 과속패달을 밟아온 미 경제가 올해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전망치 3.1%에서 무려 1.4%포인트나 올려잡은 것이고 작년 경제성장률(4.2%)보다 더 높다.

내년 전망치도 2.3%에서 2.9%로 올려잡았다.

OECD의 이같은 전망 상향조정은 미 경제의 앞날이 그다지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경기과열에 따른 후유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은 "경상적자가 GDP의 4%를 웃돌고 저축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 경제에 중대한 위협요인"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브레이크없는 미 경제의 고속질주가 무역적자 확대, 수급불균형 심화 등으로 이어져 자칫 경기급랭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미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는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OECD는 오는 8월까지 금리를 1%포인트 이상 인상할 것을 연준리에 권고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19일자)에서 미국경제가 과열됐다는 것은 더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대폭적인 금리인상을 촉구했다.

박영태 기자 py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