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순 < 현민시스템 대표이사 lhs@hyunmin.co.kr >

귀에는 이어폰 헤드폰이 동그랗게 걸려 있고,눈길은 모니터 화면이나 TV에, 컴퓨터 하다 전화를 받고, 컴퓨터 하다 바로 전화 걸고..

요즘 컴퓨터 세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마이크까지 한 고리에 연결된 헤드셋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품이 됐다.

전화 컴퓨터를 쓰지 않을 때는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사람들 귀 언저리에서 헤드셋이며 헤드폰이 떠날 새 없다.

사실 딸 둘을 키우며 10대들의 일상에서 음악과 전화가 얼마나 필수불가결한 것인가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요즘의 변화 속도는 눈 깜박일 겨를이 없다.

굳이 어린 세대가 아니어도 30~40대들 가운데 공부하면서 음악 듣는다고 지청구 들은 경험이 있었을 게다.

한번에 여러가지를 하는 것은 어느 새 적응해야 할 생활양식으로 다가왔다.

컴퓨터 모니터에도 분할이 일어난다.

아예 두개의 모니터가 본체에 연결된 듀얼 모니터 시스템도 나왔다.

TV 화면의 분할도 물론 같은 맥락이다.

문득 정신없이 부대끼며 흘러가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입력 기관이 나날이 발달해가고 받아들일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입력은 많아졌는데 과연 그만큼 생산적인 산출효과가 뒤따르는가 고개가 갸웃해진다.

무엇을 추구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이 사라져버린 느낌이다.

지식이 입력기관으로 들어왔다 그대로 묻히거나 흘러나간다면 무용지물이다.

사람의 수용능력을 거치면서 소화되고 체화되어 의미 있는 데이터로 재창출돼야 하지 않을까.

인생이 하나의 학습현장이라면,지식이 실제 생활에 적용되는 결과도 중요한 과정이다.

성경에는 마르다와 마리아의 이야기가 나온다.

분주하게 동동거리던 마르다와 예수 앞에서 말씀 듣는 일에 몰두하던 마리아를 비교하며,예수는 이렇게 권한다.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그러나 몇가지만 하든지 혹 한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한번에 한가지씩,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 한걸음씩...

디지털시대의 소용돌이속에 오히려 한걸음의 원칙이야말로 꾸준한 성과를 이루는 지름길이라 여겨진다.

들을 것 볼 것 많고,또 빠른 세상에 더 절실해지는 것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근본적인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본질을 찾으면서 비로소 인생의 방향이 찾아지지 않을까 희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