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0회 국제 쇼팽 피아노콩쿠르는 두명의 걸출한 스타를 만들어냈다.

우승자인 베트남 출신의 당 타이 손과 본선에서 탈락은 했지만 강한 개성으로 어필한 유고슬라비아 태생의 이보 포고렐리치가 그 주인공.

심사위원이었던 피아니스트 아르헤리치가 포고렐리치의 탈락에 항의하며 심사위원석을 박차고 나가버린 일화로 더욱 유명해진 콩쿠르였다.

이런 해프닝 때문이었을까.

콩쿠르이후 세계 음악계의 스포트라이트는 오히려 포고렐리치에게 더 맞춰졌고 사회주의권으로 활동영역이 제한된 당 타이 손은 기억에서 멀어져갔다.

"아시아인으로서 최초이자 유일한 쇼팽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도 박물관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다.

당 타이 손은 그러나 베트남의 개혁.개방정책이 가시화되는 때에 맞춰 91년 캐나다로 이주하면서 제2의 음악인생을 시작한다.

94년 파리 연주회를 두고 당시 르 몽드지는 "손에 잡힐 듯 빛을 발하는 뚜렷한 공명,상식을 깨는 해석을 선보인 아주 특별한 연주자"라는 찬사를 보냈다.

95년에는 요요 마,세이지 오자와,캐슬린 배틀,로스트로포비치와 함께 일본 NHK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후 세인트 페테르스부르그필,비엔나챔버,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갖고 세계적인 페스티벌에 참가,그의 진가를 확인시켜 나갔다.

화려한 테크닉보다는 진지한 해석과 표현에 주력하는 그의 음악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8년만에 다시 내한무대를 갖는다.

오는 21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쇼팽의 "피아노소나타 1-3번" 전곡을 연주한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답게 그는 "쇼팽의 작곡기법의 변천과정을 따라가보는 연주를 선보이겠다"고 말한다.

피아니스트로서는 젊은 나이인 42살의 당 타이 손.

그가 앞으로 펼쳐보일 음악세계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 같다.

(02)543-5331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