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인터넷뱅킹, 주식 사이버거래 등 전자금융거래 표준약관 제정작업이 해킹에 따른 고객피해 보상책임을 놓고 관련 당국들과 은행의 이견으로 두달째 감감 무소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고객피해를 은행이 우선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금융감독위원회와 은행은 책임소재에 따라 피해를 분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약관심의위원회에서 은행들이 피해를 우선 보상해야 한다며 은행의 표준약관에 퇴짜를 놨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는 당초 3월말까지 은행의 표준약관을 만들고 오는 9월께 증권 보험 등도 약관을 마련하려던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정위는 해킹사고에 대해 은행이 보안시스템을 갖추고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고객보호 원칙에 부합된다며 표준약관에 은행의 보상책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해외 사례를 봐도 은행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우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만 보상의무를 지우면 해킹사고를 가장한 악의적인 보상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이견으로 표준약관이 늦어지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은행들과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협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은행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공정위가 해외사례를 조사해 보고해 달라고 요청해와 약관 재심의를 기대하고 있다.

금감위는 대안으로 책임이 명확하면 그 당사자가 피해를 감수하고 불명확한 피해는 우선 은행이 보상하되 나중에 책임을 따지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피해를 은행이 보상하되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부분의 보상은 보험에 드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의 "50달러 룰"(50달러미만은 고객이, 그 이상은 은행이 부담)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금감위는 조만간 논의를 재개해 늦어도 6월까진 약관 제정을 마칠 계획이다.

오형규 기자 o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