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차 금융개혁의 핵심인 은행간 합병 시나리오가 무성하다.

정부가 투신 구조조정의 가닥을 잡고 공적자금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움에 따라 이젠 은행합병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간 짝짓기 설이 무성할수록 해당 은행 임직원들은 좌불안석이다.

지난 1998년 은행 1차 합병 당시처럼 태풍전야의 분위기다.

<> 정부 입장 : 정부의 공식입장은 은행간 합병을 강요하진 않겠다는 것.

다만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합병을 위한 주변여건을 정비하고 필요하면 공적자금으로 합병 인센티브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총선전엔 올해안에 눈에 띄는 합병이 없을 것이라던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엔 일본사례를 들어 은행들이 합병선언부터 할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들도 공식적인 언급은 피하지만 합병 불가피성을 누누히 강조한다.

다음달까지 은행의 잠재부실을 모두 공표하고 정리하겠다는 정부방침은 일종의 합병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이다.

<> 시나리오 : 금융계에 떠도는 합병 시나리오는 크게 두갈래로 돌아다닌다.

먼저 우량은행끼리 합치고 공적자금이 들어간 국영은행과 지방은행들은 한 금융지주회사로 묶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선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이 시너지효과가 없다는 분석이 우세해졌다.

한 은행장은 "소매금융이 전문인 두 은행을 합치면 인력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는 것 외엔 합병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과 신한 한미 하나 등 후발 우량은행들을 합치는 것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국제수준의 리딩뱅크(선도은행)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새롭게 부각되는 합병구도는 국민 주택은행을 두 축으로 삼고 여기에 공적자금 투입은행과 후발은행들을 합쳐 명실상부한 리딩뱅크로 만드는 방안이다.

정부 일각에서도 이를 신중히 검토중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빛은행은 합병후유증이 남아 있고 신한은행은 독자행보를 의식해 합병대열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

<> 합병시점 :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배포한 "21세기 금융환경변화와 각국의 대응"이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도 초대형은행을 가져야 국제 핫머니(단기투기자금)의 공격에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정부가 "슈퍼뱅크"의 탄생을 학수고대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방법과 시기가 문제다.

정부는 합병의 주변여건을 정비해 분위기를 띄워 놓고 은행들이 움직여 주길 기대한다.

그래도 안움직이면 직.간접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제기하는 당국자들이 적지 않다.

오는 7~8월께 은행간 자금이동이 구체화되면 합병논의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상훈 국민은행장, 김정태 주택은행장과 신임 외환은행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오형규 기자 o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