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한계에 도전한다"

자동차 광고문구가 아니다.

끝을 모르고 달려 가는 컴퓨터의 속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컴퓨터의 속도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속도다.

초당진동수를 나타내는 "헤르츠(Hz)"로 표현되는 CPU의 속도는 불과 몇 년전만해도 1백메가헤르츠(MHz)를 넘지 않았다.

지금은 우습게 느껴지지만 1백MHz도 컴퓨터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던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할 "환상의 속도"였다.

한때 CPU의 한계로까지 여겨지던 1백MHz 시대는 쉽게 끝나고 지금은 1천MHz ,좀더 근사한 말로 표현하면 "기가헤르츠(GHz)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기가헤르츠 시대는 지난 3월6일 미국의 프로세서 제조업체인 AMD가 1GHz CPU "애슬론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AMD의 움직임에 자존심이 상한 인텔도 불과 이틀뒤인 8일 1GHz의 펜티엄III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이들 두 업체의 경쟁으로 기가헤르츠 시대가 열린 것이다.

<>GHz 시대의 의미=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계산속도의 한계 때문에 지금까지 하지 못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이 할 수 있는 일은 미사일이 날아가는 위치를 계산하는 정도였지만 기가헤르츠 시대에는 일반 컴퓨터로 에니악보다 수백,수천배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가장 먼저 꼽히는 분야는 음성인식이다.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음성인식은 단순히 사람의 목소리를 받아들일 뿐 아니라 의미까지 분석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계산을 순식간에 처리해야 한다.

1GHz CPU는 누구나 대화를 하듯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시대를 가져 올 것이다.

다시말해 컴퓨터가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번역도 한가지 분야다.

지금까지 나와있는 번역 소프트웨어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단어와 단어를 단순하게 직역하는 수준으로는 사람의 대화를 제대로 옮길 수 없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시 천문학적인 계산이 필요하다.

여기서도 1GHz CPU가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밖에 1GHz CPU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돼 지금은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런 기술들은 당장 몇 년안에 일반화 되긴 어렵겠지만 1GHz CPU가 이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GHz 시대는 언제=올하반기는 되야 본격적인 기가헤르츠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직은 "상징적인 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우선 안정적인 공급이 문제다.

제품을 발표하긴 했지만 원활한 공급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휴렛패커드 IBM 게이트웨이 등이 1GHz CPU를 장착한 PC를 판매하고 있지만 공급부족으로 실적이 미미한 편이다.

올하반기가 되면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1GHz 컴퓨터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슬론과 펜티엄III,어느 것이 나은가=두 제품 모두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인터넷 작업,3차원 게임 분야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 나온 두 제품 가운데 애슬론의 우세에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주고 있다.

CPU분야의 전문가인 나단 브룩우드는 "애슬론이 기존의 프로세서에 비해 더 새로운 구조를 지니고 있다"며 "클럭 속도를 높이는데 애슬론이 낫다"고 말했다.

반면 인텔의 1GHz 펜티엄III는 기본적으로 90년대 중반에 출시된 펜티엄프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인텔은 올해 코드네임 "윌러메트"라는 1.4GHz의 신형 CPU를 선보일 예정이다.

<>1GHz 애슬론과 1GHz 펜티엄III의 장점=애슬론은 명령어를 처리하는 핵심 기술이 우위에 있다.

부동소수점 계산에서도 펜티엄III를 앞섰다.

반면 펜티엄III는 자주 쓰는 데이터를 임시로 보관해 속도를 높이는 캐시가 더욱 효율적이다.

펜티엄III는 또 애슬론이 1백MHz로 움직이는 SD램을 쓸 수 있는데 비해 4백MHz의 속도로 동작하는 RD램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김경근 기자 choice@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