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자치구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구청의 행정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서울시와 자치권을 더 확보하려는 구청이 맞서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도시계획조례를 계기로 구청들의 반발이 폭발,서울시가 환수해 간 일부 결정권을 구청으로 환원하라고 공식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서울시내 구청장들은 17일 오전 코리아나호텔에서 긴급 구청장협의회를 열고 서울시의 일부 조치에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자치구 행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책을 결정하면서 구청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진행하는 등 독주행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자치단체에 각종 권한과 업무를 이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오히려 권한을 환수하고 있다는 게 구청장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특히 서울시가 이달초 발표한 도시계획조례안을 일제히 성토했다.

구청장들은 "용적률을 낮춰 재개발과 재건축이 억제되고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칠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청장들은 "이번 조치로 영세한 서민층이 집단적으로 사는 지역의 개발이 억제돼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고 건설경기도 침체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현실을 무시한 이상론자들의 탁상행정과 독주행정의 표본"이라고 몰아 붙였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실시하는 "사업비 지원 인센티브제도"에 대해서도 구청장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구청의 행정에 점수를 매겨 높은 점수를 받은 구청에 사업비를 더 지원해주는 제도인데 이 제도가 자치구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청장들은 서울시가 이 제도를 운영하면서 자치구에서 취급하는 모든 업무를 평가대상 사업으로 삼고 있어 실질적으로 통제장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영호 성북구청장은 "시장이 민선구청장의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 제도는 전면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을버스 면허권의 일부를 서울시가 회수해버린 데 대한 불만도 크다.

서울시는 최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조례"를 제정,시내버스와 정류소가 4곳이상 겹치는 마을버스에 대해서는 면허권을 시장이 직접 관리토록 했다.

이에대해 구청장들은 "주민들의 교통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교통수단인 마을버스의 면허권을 본청이 갖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며 "민원은 구청에서 받고 권한은 본청에서 갖게 됐다"고 푸념하고 있다.

또 서울시가 면허권을 남발할 경우 영세한 마을버스 업체들의 도산이 우려된다며 마을버스 면허권을 구청장에게 다시 넘겨주도록 요구했다.

구청장들은 이밖에 공원조성과 관련,입안권은 구청장에게 있으나 결정권은 시장이 행사해 지역 실정에 맞는 공원조성이 어렵다며 면적 1만제곱m 이하의 공원에 대해서는 조성과 변경결정권을 구청장에게 넘겨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편 이날 협의회가 끝난 뒤 구청장들을 만난 고 시장은 "행정의 효율화를 위해 일부 권한 조정이 있었다"며 "인센티브제 등 일부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 강창동 기자 cdkang@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