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의 외자 유치를 금융당국이 허용하지 않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금융구조조정과 부실 정리를 위해 천문학적 수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조흥은행에 15%의 지분을 출자하게될 미국계 서버러스 펀드가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적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은행법상 1인 지분한도가 4%로 엄격하게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지만 이를 논리적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산업자본이기 때문에 지분 인수를 불허한다는 주장부터가 우선 설득력이 없다.

은행법 시행령이 은행주식을 4% 이상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자격요건을 금융기관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미 제일은행의 경영권을 미국계 투자펀드인 뉴브리지 캐피털에 매각한 전례도 있거니와 관련 조항의 "금융기관"을 굳이 협의로 해석해 서버러스와 같은 투자전문 펀드를 배제해야할 하등의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제일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한 뉴브리지 펀드와 조흥은행에 출자하게될 서버러스 펀드는 매우 유사한 지분및 영업구조를 갖고 있는 터여서 양자를 차별대우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경영권 인수는 되고 지분출자는 안된다면 이는 여간 우스꽝스런 일이 아니다.

은행법이 4%로 정해놓은 1인 지분 제한 규정 또한 이를 협의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은행법 시행령 8조가 "부실 금융기관 정리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금감위가 인정할 경우에는 예외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조흥은행이 예금보험 공사의 출자(80%)를 받은 상태에서 금감원과 "경영개선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시행령이 인정하는 요건에 충분히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은행들의 자본확충 수단이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외자유치에 제동을 거는 것은 더욱 비현실적이다.

주가 폭락으로 증시에서의 공모증자가 원천 봉쇄되어 있고 후순위채 발행조차 최근들어서는 조달 코스트가 10%를 넘어서면서 더이상 효율적인 자본조달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한국은행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후순위채 발행이 장기적으로 은행 경영에 큰 짐이 된다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이다.

부실채권 정리가 시급한 과제이고 공적자금을 무한정 조성할 수도 없다면 그나마의 탈출구는 외국자본 유치 밖엔 없을 것이다.

법과 규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해 이를 제한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현실성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