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시대가 열리고 있다.

내년부터 국내에서도 디지털TV 방송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가전업체들은 디지털TV를 산업 디지털화를 이끌 21세기 최고의 성장산업중 하나로 꼽고 있다.

그동안 TV는 냉장고 세탁기 등 다른 가전과 마찬가지로 정체산업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TV가 선을 보이면서 TV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었다.

디지털TV의 등장은 TV기술이 일대 도약을 하는 "사건"이다.

흑백TV에서 컬러TV로 바뀐 것이 TV 기술의 혁신이었다면 디지털TV 개발은 발전 단계를 몇단계 뛰어 넘는 기술혁명으로 볼 수 있다.

화면의 크기, 화면비율, 화질, 음질, 서비스방식 등이 기존 TV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게다가 디지털TV는 쌍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도 가능하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은 그런 점에서 단순히 TV세트가 바뀌는데 그치지 않는다.

뉴스나 드라마, 오락프로그램 등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바보상자"에서 "정보가전" 또는 "멀티미디어기기"로 TV의 개념 자체가 달라진다.

용도가 다양한 만큼 기존 TV와는 수요기반이 다르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부가가치도 기존 아날로그제품에 비해 훨씬 크다.

디지털TV는 미국과 영국이 1998년말 방송을 본격화함으로써 이미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미국은 2006년엔 현재의 NTSC식 아날로그방송을 중단하고 전면 디지털화한다는 일정을 잡아 놓고 있다.

유럽지역에서는 1998년말 세계 최초의 디지털 방송을 시작한 영국에 이어 스웨덴 스페인 아일랜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이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올해중 실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고선명 디지털TV방송을 위한 송수신시스템을 개발해 시험방송을 실시중이다.

내년부턴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업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2005년께면 전국 어디에서나 디지털방송을 시청할수 있게 되며 2010년엔 아날로그방송이 중단돼 모두 디지털로 전환된다.

디지털방송은 기존 아날로그TV로는 볼 수 없다.

디지털수신장치를 내장한 디지털TV 세트가 있어야만 시청이 가능하다.

물론 디지털신호를 아날로그로 바꿔 주는 디지털 셋톱박스를 부착하면 기존 TV로도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화면의 선명도에 비해 브라운관 자체의 해상도가 낮기 때문에 디지털 TV에는 크게 못미친다.

디지털방송을 제대로 시청하려면 비싸더라도 디지털TV세트를 구입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방송의 본격화와 함께 디지털TV세트 시장이 고속 성장할 것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TV 수상기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커져 미국의 경우 2006년에는 3천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2001년 서비스를 개시하는 우리나라의 디지털TV 수상기 시장은 2005년께 9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국내 TV수상기 시장 규모가 1조원에도 달하지 못한 것과 비교할 때 디지털TV 시장이 얼마나 큰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방송용 기기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무려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면 디지털TV 관련 각종 소프트웨어 산업도 등장할 전망이다.

디지털TV는 이처럼 정체 상태로 들어선 전자시장에 제2의 황금기를 열어줄 수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이 디지털TV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디지털TV의 보급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LG전자가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예약판매를 하고 있는 64인치 디지털TV 가격은 무려 1천6백90만원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55인치 프로젝션 방식 HD(고선명) 디지털TV는 8천달러 선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해외수출이 확대되고 국내에서도 보급이 늘면 원가를 낮출 수 있어 2001년엔 5백만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가격은 현재 시판되고 있는 52인치 아날로그 프로젝션 TV(5백70만원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 기존의 프로젝션 방식 외에 브라운관 방식 보급형 제품이 나오면 가격을 3백만원 미만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시장 창출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디지털TV 분야에선 국내 가전 3사를 비롯 일본 빅터(JVC) 마쓰시타 미쓰비시, 프랑스 톰슨, 네덜란드 필립스 등 10여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윤진식 기자 jsyo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