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루브르 미술관은 관광의 신을 모시는 신전으로 전락했다"

1960년대초 프랑스 문화상을 지냈던 앙드레 말로의 말이다.

루브르 관람객은 연평균 1천만명.

그중 65%는 외국인이다.

문화상품을 파는 아트숍의 경우 하루 매출이 한화 7천만원에 달한다.

"미술의 공동묘지""고독의 전당""김빠진 바자회".

현대의 미술관을 비아냥거리는 말은 셀 수 없이 많다.

일반인이 밀고 들어가기에 미술관 문은 너무 육중하다.

많은 작가들 또한 미술관에서 도망치려 했으나 십리도 못가 포로로 잡혀오고 말았다.

미술평론가 심상용씨의 "그림없는 미술관"(이룸,1만3천5백원)은 대중사회 미술관의 생존법을 논구한 책이다.

저자는 미술관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노아의 방주"여야한다는 전제하에 대중성 획득을 위해 대대적인 내부공사를 벌여야한다고 주장한다.

예술품 수집은 인간 역사만큼 유구하다.

일찍이 루벤스는 물물교환 형태로 상당한 작품을 보유했다.

19세기 프랑스 수집가는 황제에게 콜렉션을 헌납하지 않았다고 20년형을 언도받았다.

많은 미술관은 당대작품보다 역사적 평가를 받은 명작을 선호했다.

"나는 천사를 그리지 않는다.

천사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했던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는 동시대 미술관에게 외면을 당했다.

미술관이 날개달린 천사 그림을 원했음은 물론이다.

반면 20세기 미술관은 전시장에 개짖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배설물이 나뒹굴어도 "봐줄 수 있다"는 표정이다.

다다이스트 마르셀 뒤샹은 미술에 "테러"를 가하려다 "기사 작위"를 받게된 경우.

앤디 워홀은 "허섭쓰레기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퍼뜨렸다.

미술관은 비대해졌지만 예술은 왜소해졌다.

때문에 보드리야르의 다음 말은 음미할 필요가 있다.

"예술이 병들었을 때 제도는 미술관 및 박물관 증축으로 그것을 치유하려 든다.

이같은 배려의 급수가 높은 사회일 수록 상징은 손상되고,논리는 파산되었으며,불안과 권태가 만연해있다"

< 윤승아 기자 a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