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역사학은 문자 텍스트를 통해 이뤄져왔다.

문자로 된 사료를 해석해 다시 문자매체로 서술하는 것이 역사학의 본령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문화적 현상은 역사학의 연구방법에 대해 중요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 모든분야에 걸쳐 "이미지"가 범람하면서 기존의 문자매체가 수행하던 분야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43회째를 맞는 전국역사학회가 이같은 변화에 부응하고 있다.

오는 26~27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리게 될 21세기 첫 전국역사학대회는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우선 지식정보화시대에 맞춰 정보화를 문명사적으로 성찰하고 미래 역사학의 방향을 전망하기 위해 올해의 공동주제를 "역사학과 지식정보사회"로 정했다.

과거사만 연구하는 것으로 비쳐지던 면모를 일신하면서 현대사회 최대 화두인 "디지털 문화"를 역사학 연구분야에 포용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디지털 시대의 역사학"(이영석 광주대 교수),"지식정보화시대의 경제학"(허수열 충남대 교수),"정보화 시대와 고고학"(권학수 충북대 교수)등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논문이 발표된다.

"멀티미디어 시대의 역사인식:영화와 역사"라는 젊은세대들 취향의 분과도 신설됐다.

"헐리우드가 본 미국의 역사"(손세호 평택대 교수)"디즈니의 역사 인식"(주경철 서울대 교수)"영화로 읽는 프랑스 혁명"(육영수 중앙대 교수)등 과거엔 생각지도 못했던 감각적인 논문들이 소개된다.

현대사의 대표적 사건인 광주민주화운동을 독립분과로 정해 다루는 것도 이례적이다.

5.18은 주로 정치.사회학적 관점에서 최근 이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지만 역사학계에서는 적극적 평가를 유보하고 있던 분야다.

이번 대회에서는 5.18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발표와 토론을 벌인다.

형식상의 혁신도 눈에 띈다.

그동안 동.서양사 및 한국사 등 10개 관련학회가 순차적으로 주관하던 방식을 바꿔 지방의 4개학회를 새로 끌어들여 14개 학회가 조직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초대 위원장은 김용덕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김용덕 위원장은 "변하지 않으면 역사학이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소장학자들의 현실중시 학문성향을 역사학계가 적극 수용키로 한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