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계열사들의 이사회 분위기가 사외이사제의 도입에 따라 확 달라지고 있다.

"통과회"기능에 그쳐 과거엔 30분이면 끝나던 이사회가 사외이사들의 까다로운 관련서류 요청과 문제제기로 4시간넘게 걸리는 등 풍경이 바뀌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달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5명의 사외이사가 회사경영과 안건에 대해 경영진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질문을 돌아가며 던져 회의가 4시간 넘게 진행됐다.

사외이사들은 이날 관계사 유상증자 참여안건에 대해 안건심의 이전에 해당 회사 관계자들의 참석을 요구했다.

이 회의는 해당사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은 뒤에 속개되기도 했다.

금감위 비상임위원인 박진원 변호사는 유상증자 참여가 주주와 회사에 어떤 이익이 되는지에 대한 타당성 설명을 요구,현대중공업 경영진과 관계 회사들이 배경설명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고 현대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4일 현대상선의 임시 이사회에서는 현대투신 문제가 논란이 돼 이창식 현대투신 사장이 직접 참여해 설명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6명의 이사가운데 3명의 사외이사는 현대투신 정상화를 위해 현대상선이 보유중인 현대정보기술과 현대택배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 주가하락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창식 사장의 직접 설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경영에 대한 적극적 조언과 현장 방문을 하는 사외이사들도 있다.

현대정보기술의 사외이사들은 회사 이미지개선을 위해 해외 선진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제안하기도 했다.

고려산업개발 사외이사들은 지난 10일 언양공장과 부산 아파트 신축현장에 다녀왔고 현대정보기술 사외이사 2명은 오는 7월 미국 실리콘밸리 연수를 계획 중이다.

현대 관계자는 "사외이사들 덕분에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이사회가 제기능을 회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대는 올해부터 사외이사를 전체 이사회의 50% 이상으로 구성한다고 밝힌바 있으며 20개 계열사에 교수 변호사 회계사 경제단체 인사 등 사외이사 40명이 활동중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