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순(40) 터보테크 사장의 눈가에는 늘상 웃음이 맺혀 있다.

사근사근한 말씨로 친근하게 사람들을 대하는 장 사장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지는 인물".

참을성있는 태도로 편하게 상대방을 대해 주위에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제각각 특성이 다른 이들을 모아 회사를 끌어가는 경영자에겐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게다가 터보테크의 주력사업인 CNC(컴퓨터수치제어)처럼 고도의 전문기술을 요하는 사업을 하는 회사일수록 이런 자질은 더욱 절실해진다.

기술적 자존심이 남다른 엔지니어들을 한군데 모아놓다 보면 의견 충돌이 잦기 마련.

장 사장은 이들을 다독거려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장 사장은 그러나 자신이 세운 목표에 대해서는 타협을 모른다.

1988년부터 12년간 몰두해 오고 있는 CNC 기술은 초정밀 메커트로닉스의 결정체.

공작기계의 성능과 생산품의 정밀도를 좌우, 한 국가의 산업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본 독일 미국 등 몇몇 선진국이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까다로운 기술인데다 진입장벽도 높아 웬만한 기술력으로는 엄두도 못내는 분야다.

장 사장은 "기술 독립만이 한국이 살 길"이라는 마음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동료 박사 4명과 함께 남들이 모두 말리던 CNC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어려운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지만 CNC 국산화에 대한 그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자본재 산업에서 핵심기술과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어느 산업이든간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금까지 CNC로 특화된 자본재 산업에 주력해 사업기반을 착실히 다져온 터보테크는 최근들어 정보통신 인터넷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초정밀 제어기술로 국내 자본재 산업의 기술독립을 이루어냈듯이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최고의 기술업체로 성장한다는게 목표다.

이를 위해 장 사장은 타고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대기업 벤처기업간 네트워크를 만들며 사업군을 다각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과 IMT-2000 단말기를 공동 생산키로 한 것이나 지난달 20여개 건설회사와 벤처기업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아파트 컨소시엄인 테크노빌리지 설립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특히 사이버 아파트는 인터넷의 총화"라며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에서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활동을 통합하는 디지털 문화를 일굴 것"이라고 밝혔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