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도시와 현실세계가 만난다"

분명히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접속하고 있지만 자신이 가상세계에 있는지 현실세계에 있는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상세계에서 찾아간 백화점에서 넥타이나 스카프를 구입한다면 실제로 존재하는 바로 그 백화점에서 물건을 배달해준다.

이는 더이상 상상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생각다른세상(대표 신유진)이 운영하는 3차원 가상도시인 "다다월즈"(www.dadaworlds.com)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지난해 7월 만들어진 이 가상도시에선 지난 10일 8개의 실제 매장이 첫 포문을 열었다.

약 1백평 규모의 가상공간에 입점한 영풍문고는 실제 매장에서 보여주듯 다양한 책들을 진열해 놓았다.

가상 매장에서 소화해내지 못한 책에 대해선 영풍문고 홈페이지(www.ypbooks.co.kr)로 링크해 주문하면 된다.

나머지 7개 매장은 <>좋은사람들(내의) <>코스미(COSME,화장품) <>컴메디컬(건강의료용품) <>아이리스주얼리(보석) <>지노주얼리(보석) <>플라워데이(꽃) <>과일드림(과일) 등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7일엔 보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실제 매장과 똑같은 가상 매장이 같은 날 문을 연 것이다.

성도어패럴은 다다월즈에 연면적 2백40평 규모의 3층짜리 점포를 냈다.

그날 서울 명동 한복판에도 다다월즈점과 똑같은 모양의 매장이 문을 열었다.

이처럼 실제매장과 동일한 사이버매장이 마련되기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매장이 열리던 날 성도어패럴의 다다월즈점 앞엔 "축! 오픈"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구경 나온 사람도 많았다.

매장에선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물론 명동점에서 틀어주는 것과 똑같은 음악이었다.

성도어패럴 가상매장은 결제시스템 등이 갖춰지는대로 실제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이같은 매장뿐만이 아니다.

지난달말 다다월즈엔 서울지방경찰청도 들어섰다.

가상공간의 범죄를 막는 사이버 경찰청이다.

건물 양쪽엔 해태상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으며 현관 위엔 여느 경찰청과 마찬가지로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보인다"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포돌이와 포순이가 다다월즈 가상공간을 순찰하면서 사이버범죄를 감시한다.

현실세계와 다름없이 범죄신고나 제보를 받기도 하고 공개수배도 하게 된다.

또 최근엔 사랑의교회가 입점했으며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KIMCA)도 다다월즈내 사이버 지점을 마련했다.

지난 98년 설립된 이 협회는 현재 전국 21개 지부와 87개 지회로 구성돼 있으며 전국 7천여개의 인터넷 PC방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협회의 사이버 지점은 1천평 규모로 각 지부의 부스는 물론 전국의 협회 관련자들이 실시간으로 회의를 할 수 있는 중앙회 사무실이 들어선다.

이밖에 다다월즈엔 현재 삼성증권 외환카드 현대리바트가구 한양대병원 다다엑스포닷컴 한솔CS클럽 등 1백50여개의 상점이나 사무소가 들어서 있다.

현대백화점 쌍용화재 한진 등 13개 대형 업체도 입점을 준비중이다.

평당 분양가는 번화가인 "메인"과 "오피스1"지역이 20만원이며 나머지 지역은 10만원이다.

다다월즈를 운영하는 신 대표는 바로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다.

건축에 관한 실질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건축물의 정확한 수치를 반영해 현실세계를 그대로 가상공간에 옮겨다 놓고 있는 셈이다.

가상현실(VR)과 컴퓨터에 의한 디자인(CAD) 등의 기술이 총동원된다.

이 가상도시엔 "아바타"(사람의 분신)들이 거리를 오가며 실제 생활의 모습을 연출해낸다.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인터넷상에서 구현함으로써 인간이 있는 인터넷 세상을 건설하려는 게 신 교수의 목표다.

이를 위해 다다월즈는 올해안에 우선 서울의 명동과 이태원의 실제모습을 가상공간에 옮겨놓을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플래닛9"(www.planet9.com)에서 워싱턴DC와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도쿄 등을 가상도시로 꾸며놓고 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