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통으로 경제총리를 자임한 박태준 전 총리와는 달리 이한동 신임 총리지명자는 경제와 관련된 경험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 총리지명자가 향후 가장 역점을 둬야 하는 부분은 역시 현정부의 핵심추진과제인 구조조정 등 경제개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경제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급속히 줄고 지난 2년간 현정부가 가장 정성을 기울인 금융.기업구조조정도 "형식에 치우쳤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해외에서 높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상실한 국내증시는 거래소시장, 코스닥시장 할것없이 무기력한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게다가 2차 은행합병,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채권싯가평가 등 풀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세계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미국은 무역적자 확대 등으로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30달러(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를 돌파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97년 금융위기 진원지였던 아시아 국가들의 증시는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고 화폐가치는 연일 폭락세로 치닫고 있다.

이같이 악화되는 국내외적인 상황에서는 대통령 못지않게 총리지명자의 역할이 중요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리더십과 위기관리능력을 평가받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도 있다.

어쨌든 경제를 가장 먼저 살려야 할 시점에서 이 총리지명자는 큰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경제를 제대로 챙길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도 "박태준 전 총리의 경우 정치색에서 탈피, 행정에 주력함으로써 경제현안 해결에 상당한 힘을 보태 왔는데 이 총리지명자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총리의 역할이 정책추진보다는 정책조정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가 기우로 그칠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경제문제는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부처에 일임해 힘을 실어주고 총리는 막후에서 조정역할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경제부총리제가 신설되면 이 총리지명자에 대한 보완적 역할수행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4.13총선 과정에서 틈새가 벌어진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관계가 복원될 경우 정국안정이나 각종 경제개혁관련 법안처리 등 경제현안 처리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번 총리지명의 성패는 이 총리지명자가 경제통이 아니라는 핸디캡을 극복, 정치력을 발휘해 경제문제 해결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해이해진 경제주체들의 기강을 다잡고 사회 각 이익집단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는 일도 이 총리지명자가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IMF이후 줄었던 개인대출이 늘고 있고 호화해외여행 등 과소비는 18년만에 최고를 기록할 정도다.

당장 7월1일부터 의약분업체제에 들어가는 의료계는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폐업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수도권 난개발 및 과밀해소 문제, 동강댐 건설 등 국가적 위기대처 능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대통령을 빼놓고는 다해 봤다"는" 이 총리지명자의 국정운영능력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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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현안>

1. 무역흑자 급감 대책 마련 :1-4월중 7억7천만달러 흑자로 작년 동기의 10분의 1, 국제유가 상승(올해 25달러선)으로 더 악화 전망

2. 금융구조조정 :투신권 정상화, 증시하락 대책 마련, 은행 합병등 금융구조조정 조기 마무리

3. 기업구조조정 :대우 워크아웃 지지부진, 76개 워크아웃 기업 정상화 차질, 기업 구조조정 신속히 추진

4. 경제정책 분야 리더십 발휘 :재경장관 경제수석 금감위원장 등 트리오간 손발 안맞아 경제정책 혼선 많아 적절한 조정 필요

5. 금융시장 불안 :조기 안정책 마련해야

6. 단기외채 급증 대책 :단기외채 금증, 미 증시 불안 따른 충격파 완화책 마련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