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1.4분기 도시근로자 가계수지동향은 두가지 특징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평균소비성향이 80%에 육박해 지난 8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고,다른 하나는 실질소득수준이 96년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IMF 이후 악화된 분배구조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도시근로자들의 수입과 지출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우선 소비성향이 1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물론 될수록 소비를 적게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수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했던 IMF 직후에는 소비가 미덕으로 통했고,실제로 경기회복의 견인역할을 했음도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성장률이 높아진 지금의 상황에서는 반성의 여지가 없지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경제위기론의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가 무역수지 흑자폭의 격감이라고 볼 때 소비성향의 급격한 상승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또 소비가 많아지면 저축성향이 낮아지게 되는데,이는 물가불안은 물론 경제발전에 필요한 재원조달이 차질을 빚게 된다는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소비지출의 내역을 보면 과소비를 걱정하지 않을수 없다.

자가용 구입비가 전년동기에 비해 50.1%나 늘었고 교양 오락비는 46.5%가 증가했다.

통신비는 38.2%,외식비는 31.8%가 늘었다.

삶의 질 향상이라는 차원에서 무조건 비판할 일만도 아니긴 하지만 소비지출이 필요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은 낭비임에 틀림없다.

또 왜곡된 소비풍조는 낭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치성 소비업종의 번성 등 산업구조를 왜곡시켜 국가의 가용재원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결과를 초래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건전한 소비는 조장되어야 하지만 불필요한 소비는 억제되어야 마땅하다.

굳이 제2의 경제위기설을 들먹이지않더라도 무역수지 흑자폭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당위성은 충분하다.

특히 IMF이후 급격히 악화된 계층간 소득격차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소비풍조는 국민위화감 조성등 사회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없지않다는 점도 유념할 대목이다.

아직 우리경제는 갈길이 멀다.

IMF관리체제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그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과거와 같은 고비용 저효율 경제로 회귀하지않기 위해 소비자인 국민들이 지켜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숙고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