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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감시대] (69) 제1부 : 1997년 가을 <6> '슬픈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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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홍상화

    그날 밤 자정이 막 넘은 시간에 만취상태인 진성구는 안마시술소로 들어섰다.

    그곳은 지난 수년간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에 취해 어느 특별한 여인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그리워질 때 그의 발길이 닿는 곳이었다.

    특히나 오늘 낮에 그 여인이 한 말,아이를 갖고 싶다는 말이 그의 뇌리에서 날뛰고 있었으므로 그날 밤 그의 발길은 당연히 그곳을 찾았고,그곳에서 그가 찾은 것은 어느 특별한 여자와 닮은 곳이 있는 창녀의 품속이었다.

    그가 창녀를 찾는 것은 또다시 그 여인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고,그 여인을 찾을 수 없는 이유는 다른 남자의 품속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 여인은 바로 이혜정이었다.

    5년 전 이혜정이 그에게 서너 번 암시는 주었지만,집안 중매를 통해 갑자기 노영식 교수와 결혼한 것은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때 진성구는 오히려 이혜정이라는 여자로부터 해방된 기분을 맛보았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이 그것이 성급한 생각이었음을 잔인하게 증명해주고 있었다.

    이혜정이란 여자를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하기 위해서 뮤지컬을 제작하였지만 그녀의 모습은 그에게 더 깊은 고통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다.

    하나 그녀의 모습마저도 그에게서 사라져버린다면 그는 미쳐버릴지도 몰랐다.

    사무실 안 데스크 앞에 앉아 있는 여인이 한눈에 그를 알아보고 아무 말도 없이 열쇠 꾸러미를 들고 사무실을 나와 앞장서 복도를 걸어나갔다.

    어느 방문을 열었다.

    그가 방에 들어서 와이셔츠를 벗었을 때쯤 그녀가 문 앞에 선 채로 말했다.

    "먼저 사우나하세요"

    "왜 걔가 딴 방에 들어가 있어?"

    "네,딴 애 불러오면 안 될까요?"

    "기다릴게"

    "알았어요. 딴 애와도 한번 놀아보세요.

    나이 어리고 이쁜 애가 왔어요"

    "싫어"

    진성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는 가운만을 걸치고 복도 끝에 있는 욕실로 향했다.

    진성구가 샤워를 끝내고 사우나실로 걸어가는 사이,드르륵 하고 욕실 문이 열렸다.

    그는 욕실 문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낯익은 앉은뱅이가 벌거벗은 채 무릎 위에서 뭉텅 짤린 몸뚱어리를 두 손으로 버티며 욕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는 앉은뱅이를 보고 씩 웃어주었고,앉은뱅이는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듬뿍 담았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그들 사이에 그들 둘만의 비밀스러운 교감이 이루어진 듯이 보였다.

    그렇다.

    그것은 분명히 교감이었다.

    둘 다 여자를 잊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앉은뱅이는 어떤 여자든 단순히 여자를 잊으러 온 것이고,그는 세상에서 특별한 한 여자를 잊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앉은뱅이는 이곳에 옴으로써 여자를 잊을 수 있으나 그는 이곳에 옴으로써 그녀를 더 생각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앉은뱅이가 몹시 부러워졌다.

    사우나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오자 또다른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었다.

    방바닥에 퍼지르고 앉아 넓적다리를 훤히 드러내놓고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빨고 있는 어린 창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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