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이 국제금융제도 개혁을 서두르지 않는 바람에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아시아 각국의 강도높은 금융개혁없이는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해온 그동안의 일반적인 시각과는 달리 선진국의 역할론을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의 애드리아너스 무이 사무총장은 22일 "선진국들이 위기관리를 연기하고 있다"면서 "향후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빠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SCAP은 이날 내놓은 연례 보고서에서 "국제금융산업 개선은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 뿐아니라 전세계의 관심사"라며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금융기관과 지역개발은행 국제투자은행 등이 위기재발을 막기 위해 신국제금융질서 구축에 상당한 노력과 자원을 쏟아부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3년이 됐는데도 국제금융제도의 개혁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이 사무총장은 "이 문제는 모든 국가가 심각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라면서 "금융개혁과 관련해 미국이 가장 이득을 많이 보는 나라라면 왜 다른 선진국은 이같은 문제에 이처럼 신중하냐"고 반문했다.

아줄 이슬람 ESCAP 연구정책분석국장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새 국제금융질서와 관련,구체적 조치를 시행하지 못하는 데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슬람 국장은 "이 문제에 관해서는 국제수준은 커녕 지역수준의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슬람 국장은 그러나 투명성 기준의 제정 등 각국이 금융과 관련한 규제와 감독의 수준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선진7개국(G7)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국제금융질서 재편을 위해 <>단기자금(핫머니) 규제방안 <>최종대부자로서의 IMF 기능재편 <>국제 워크아웃체제 확립 <>금융분야 감독강화 등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의 이해상충으로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아시아 금융위기의 발원지였던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최근 금융구조조정 부진과 정치혼란 등의 여파로 국제투자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와 주가가 급락하는등 금융위기 재발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