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후 병원처방전을 들고 가야만 살 수 있는 1만1천7백4종의 의약품 가운데 9천3백여개 품목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의약분업이 실시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약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약효 동등성 시험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영세제약업체들은 시험설비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자료제출을 포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제약회사들이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할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3월부터 지난10일까지 각 제약사로부터 대체조제의약품지정에 필요한 약효 동등성 시험자료를 1차 마감한 결과 중주신경계용약 항생제 등 단일성분 의약품 1만1천7백4개 품목 가운데 2천4백42개 품목만 자료가 접수됐다고 23일 발표했다.

나머지 9천2백62개품목은 시험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의사가 같은 성분의 약을 처방하더라도 약사가 대체조제할수 없는 ''유명무실''한 의약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시험자료 제출실적이 저조한 것은 1만1천7백4개 품목중 현재 생산되고 있는 품목이 4천6백49개에 불과한데다 시험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영세제약사들이 제한된 시간안에 시험을 마치지 못해 시장성이 높은 주력품목만 시험자료를 냈기 때문이다.

의약품이 물이나 위산속에서 일정시간안에 제대로 녹아 약효성분을 발휘하는지를 알아보는 용출시험기의 경우 대당 가격이 7천여만원에 이르고 있어 영세업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연간매출이 1백억원선에 못미치는 1백50위권 밖의 영세제약업체는 대부분 자료제출을 포기한 상태이다.

특히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 약물인 경우는 2-3명의 약사가 10-13일간 철야로 시험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한 업체로서는 한정된 시일내 시험을 마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의약분업을 계기로 제약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약국에서 소비자가 마음대로 구입할수 있는 일동제약 아로나민, 보령제약 겔포스 같은 일반의약품비중이 높은 업체는 의약분업의 타격을 적게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오리지널 전문의약품을 많이 갖고 있는 외자제약사나 중외제약 동아약품 대웅제약 한독약품 등도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정신과약물위주의 환인제약이나 안과약물위주의 삼일제약처럼 틈새시장이 확고한 전문회사도 입지가 탄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저질원료로 오리지널 전문의약품을 대량 복제, 저가덤핑 공세를 펼쳐온 영세업체들은 무더기 도산이 예상된다.

<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