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 및 주한외국인 한국경제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지금 불안하긴 하나 지난 97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와 같은 "제 2의 외환위기"를 몰고 올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또 현재의 경제불안이 주로 내부적인 요인 때문이라며 금융개혁과 기업구조조정만 잘하면 충분히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월가의 코리아데스크(한국담당) 등 해외 한국경제 전문가들은 23일 "97년과 같은 외환위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지만 증시침체와 한계기업의 도산 등 경제불안이 지속될 우려는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한 외국계 금융전문가들도 "한국이 제2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지만 과거의 부실을 조속히 청소해 금융시장에 깔린 먹구름을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코리아 데스크들은 이날 한국경제신문사가 긴급 마련한 "한국경제진단 현장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담에서 월가의 대표적인 증권사와 은행, 펀드 등 대(對)한국 투자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의 코리아 데스크들은 "한국경제의 무역수지나 외환보유고 기업재고 등 경제 펀더멘털이 지난 97년에 비해 견실한 만큼 최악의 위기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크레디 쉬스 퍼스트보스턴, 아팔루사펀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 클레멘슨캐피털 등 유력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이와관련, "97년의 외환위기는 동남아 금융시장의 붕괴라는 외부요인에 의해 촉발됐으나 최근의 상황은 투신사 부실처리의 지연과 미진한 금융권 구조개혁, 대기업의 구조조정회피 등 내부요인이 주원인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월가 데스크들의 진단에 대해 아시아경제 전문가인 휴 패트릭 컬럼비아대 교수는 "한국은 97년 외환위기의 원인(遠因)을 제공했던 금융기관들의 불량자산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시점에 이르렀다"며 "이 문제를 포함한 금융권 구조조정에 향후 한국경제의 도약 여부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데이비드 코 IMF 서울사무소장은 24일 오전 10시 재정경제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경제 상황에 대한 IMF의 시각을 밝힐 예정이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