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안방시장을 넘보는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유럽의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실전에 앞서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영국의 온라인 경매업체 QXL(qxl.com)은 미국 이베이에 대적하기 위해 독일의 전자상거래업체인 리카르도(ricardo.de)를 11억유로(1조1천2백억원)에 매입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영국 최대 온라인 경매업체로 50만 회원을 가진 QXL과 독일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리카르도가 합병해 새로 탄생하는 QXL리카르도는 유럽 12개국에서 1백70만 회원을 확보, 경매로는 유럽 최대 사이트가 된다.

시장가치는 17억달러(1조8천7백억원).

두 회사 모두 B2C(기업 대 소비자), C2C(소비자 대 소비자) 경매를 운영하고 비슷한 비즈니스모델(BM)을 가지고 있어 합병작업이 원활히 끝날 수 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새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QXL의 CEO 짐 로즈로 내정됐다.

회사는 곧 런던과 나스닥시장에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프랑크푸르트의 자산운용 분석가 로베르트 헬버는 "두 회사의 합병은 말할 것도 없이 이베이의 시장잠식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는 "유럽사람들이 이제 전자상거래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에 안방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해 이질성을 극복하고 힘을 합쳐야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고 양사의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그만큼 이베이의 도전은 유럽에 큰 위협이다.

이베이는 지난해 미국인 위주로 1천만명 회원을 확보한 굴지의 회사다.

유럽시장에서는 처음으로 독일에 진출해 온라인 경매업체인 알란도 .de를 인수한 후 독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혔다.

독일 이베이의 1.4분기 매출은 7천4백만달러(8백14억원)로 리카르도(2백47억원)를 훨씬 앞섰다.

독일을 위주로 한 유럽회원은 75만명이 넘는다.

이베이는 다음 타깃으로 영국을 지목했다.

지난 10월 설립된 영국 이베이는 1.4분기동안 1천2백만달러(1백32억원) 매출을 올려 QXL(2백38만달러 추정)을 역시 크게 앞지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베이가 영국과 독일에서 올린 매출 8천6백만달러(9백46억원)는 리카르도와 QXL의 유럽전체매출을 합친 것의 세배가 넘는 액수다.

이베이는 수개월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베이 유럽 대표 미카엘 반 슈와지는 "우리의 전략은 주요시장의 선두기업을 따라잡은 후 유럽 각국을 차례로 공략하는 것"이라며 유럽 전체를 장악한다는 야심찬 전략을 밝혔다.

전자상거래부문 분석가인 피터 마이색은 "유럽은 합병으로 몸집을 불리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들이 이베이에 뒤지면 게임은 끝난 것"이라며 유럽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전했다.

이베이가 영국시장 정복 목표를 공공연히 드러내자 QXL이 위협을 느낀 것은 당연하다.

QXL은 현재 유럽 12개국에 발판을 가지고 8개국 언어로 온라인 경매를 실시하고 있는 유망한 기업이다.

반면 이베이는 매출에서는 앞서지만 아직까지 영국과 독일이 시장의 전부다.

문제는 QXL의 실적이 아직 부진하다는 것.

1.4분기에만 1천6백만달러(1백76억원) 적자를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QXL은 그러나 "미국 경쟁업체에 시장을 뺏기지 않고 흡수합병되는 것을 막기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런 결과"라며 전혀 의외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QXL은 지금까지 유럽지역 8개 온라인 경매회사를 사들였다.

우선 덩치를 키워 경쟁력이 쌓이면 유럽 선두 자리를 확고하게 굳힐 수 있다는 전략에서다.

QXL은 곧 스웨덴의 비들렛AB를 인수해 스칸디나비아반도까지 영역을 넓혀 유럽 전역을 대표하는 온라인 업체가 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